주지홍 사조그룹 부사장이 사장을 건너뛰고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면서 사조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
사조그룹 오너일가는 지난해 소액주주들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지만 오너일가가 완승을 거둬 결과적으로 주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돼 경영승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왼쪽)과 주지홍 신임 사조그룹 식품총괄 부회장. |
5일 사조그룹에 따르면 주지홍 사조그룹 식품총괄 부사장이 부회장에 올랐다.
주 부회장은 사조그룹 창업주인 주인용 회장의 손자이자
주진우 회장의 장남이다.
사조그룹은 주지홍 신임 부회장의 승진을 두고 그룹의 성공적 사업 재편을 통해 안정적 수익구조를 창출하고 신제품 개발과 제품 경쟁력을 강화한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1977년생인 주 부회장은 40대의 젊은 나이로 사조그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그는 앞서 상무로 근무할 때 인사와 재무, 생산 시스템을 통합하는 통합정보시스템(ERP)를 구축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홍보 채널을 새단장하기도 했다.
주 부회장은 이날 “창의적이고 열린 조직문화를 구축해 사조그룹 구성원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 식품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 부회장은 경영 능력도 상당 부분 인정받았다.
그는 2015년부터 그룹의 식품부문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데 1조 원대를 밑돌던 사조대림 매출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0년 1조7181억 원까지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6.1%가 증가했다.
2021년 3분기 기준 사조대림의 매출은 1년 전보다 4.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배 이상(102.1%) 늘었다. 사조그룹은 지난해 사조대림의 영업이익이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20년 사조산업 자회사와 주 부회장 개인회사의 합병 추진으로 불거진 사조산업과 소액주주 사이 분쟁도 결과적으로는 주 부회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결론이 났다.
사조산업이 소액주주들과 분쟁하는 사이 사조산업의 주가는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주 부회장에게 전화위복이 됐다. 당시 주 부회장은 최대주주(39.7%)로 있는 사조시스템즈는 주가 방어를 명분으로 사조산업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결국 사조시스템즈를 통한 주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된 것이다.
사조그룹에서는 주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가 사실상 지주사 위치에 있다. 사조그룹은 주지홍 부회장→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대림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사조산업의 합병 계획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배임이라고 주장하면서 반발했다.
2020년 말 사조산업은 자회사 캐슬렉스서울과 주 부회장(당시 상무)의 개인회사인 캐슬렉스제주의 합병을 추진하려고 했다. 당시 캐슬렉스제주는 자본잠식 상태여서 소액주주들이 크게 반발하자 사조산업은 지난해 3월 이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9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기타비상임이사를 내세워
주진우 회장의 경영권을 견제하려고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는 사실상 주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토대가 마련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주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소액주주와 대결하는 과정에서 더 복잡해진 사조그룹의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주진우 회장이 당시 계열사의 지분을 쪼개면서 개정 상법의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조항을 우회하는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사조산업의 상어 불법포획, 사조그룹 차원에서 명절마다 직원들에게 목표치를 설정해 참치캔 세트를 판매하라고 강요했다는 의혹 등 나빠진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도 주 부회장의 몫이 됐다.
주 부회장은 연세대학교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경제학 석사를 거쳐 컨설팅 회사 베어링포인트에서 근무했다. 이후 미시간대학교 앤아버경영전문대학원(MBA)를 졸업한 뒤에 2006년 사조그룹 비상장계열사에서 근무하다가 2011년부터는 사조해표 기획실장으로 일했다.
2014년 사조해표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았고 2015년부터는 사조그룹 식품총괄본부장으로 그룹의 식품부문을 이끌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