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사업 정상화에 소매를 걷어부쳤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해외수주가 전년에 견줘 6분의1 수준으로 급감해 업계 11위에 머물렀다. 건설 명가인 대우건설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김형 사장은 신규수주보다는 해외건설현장의 정상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5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김 사장은 올해 무리한 해외수주를 지양하면서 이미 수주해 놓은 프로젝트의 정상적 수행을 통해 실적반등의 계기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대우건설은 2021년 6억3543만 달러를 수주했다(해외건설협회 자료 기준). 이는 2020년과 비교해 83.7% 급감한 것이다.
대우건설이 해외건설 신규수주 순위가 10위 밖으로 밀려 난 것도 43년 만이다.
하지만
김형 사장은 해외사업 정상화의 우선 순위를 멈춰선 건설현장의 정상화에 두고 있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현장이 정치적 이슈나 코로나19에 따라 멈춰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이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해외사업 회복에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 현장과 이라크 알포 항만공사 등 현장을 정상화해 올해 매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 현장과 이라크 알포(Al Faw) 항만공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대우건설의 전략 시장 가운데 하나인 리비아에서도 공사비 4억3300만 달러(4800억 원)에 이르는 500MW(메가와트)급 가스터빈 발전소 공사가 멈춰 있다. 2014년까지 공사를 72%까지 진행했지만 내전으로 도중에 철수해야 했다.
하지만 2020년 3월 리비아 내전이 일단락 되고 리비아 임시통합정부가 출범하는 등 정치상황이 안정되면서 리비아 현지 공사현장의 재가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리비아 임시통합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 1월부터 리비아 전력청(GECOL)과 만나 즈위티나 발전소 공사재개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리비아 측과 2014년 이후 공사가 중단된 즈위티나 발전소도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 현장은 EP(설계·조달)부분에서 진척을 보이고 있고 올해는 시공이 본격화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멈춰선 해외건설현장을 정상화시키는 것과 함께 신규수주에도 눈길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이 또한 그동안 산업은행 품에 있으면서 매각을 앞두고 사업위험이 높은 해외수주에 보수적 태도를 보였다고 보는데 이제 중흥그룹이라는 새 주인이 생긴 만큼 해외수주에 기지개를 켤 채비를 갖췄다는 것이다.
신규 수주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및 원전 수주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우건설이 주력으로 하는 분야들이다.
대우건설은 2020년 5월13일 나이지리아 LNG트레인7의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에서 2조 원 규모의 본계약을 맺었다. 세계에서 가동 중인 액화천연가스 액화플랜트 90여 기 가운데 10기 시공에 참여해 풍부한 시공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은 국내 유일의 액화천연가스 액화설비EPC 원청 수주 업체다”며 “올해에는 잠재력이 큰 모잠비크 액화천연가스 플랜트 발주를 노려볼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팀코리아 시공협력사로 참여하고 있는 체코원전(사업비 8조 원)과 폴란드원전(사업비 40조 원) 입찰에서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도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수주를 뒤에서 지원하고 있다.
김 사장은 2021년 12월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베트남 주요 인사와 베트남 도시개발 및 산업단지 개발에 협력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 정 부회장은 같은 달 23일 베트남 정부 관계자와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면서 측면에서 도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