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1-12-29 17: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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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이 11개월 만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보고서를 받아들고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과 관련해 공정위가 일부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놨기 때문이다.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겸 한진그룹 회장.
합병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운수권과 슬롯을 일부 반납하게 되면 국제선 운항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항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공정위가 내놓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 조건을 두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섞여 나온다.
그동안 1년가량 지지부진하게 심사가 이어지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짓눌렀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사라진 점은 긍정적이다.
이날 합병 대상 기업 5곳 가운데 상장된 기업 4곳의 주가는 일제히 올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전날보다 각각 950원(3.28%), 800원(4.09%) 상승한 2만9950원과 2만350원에 거래를 끝냈다.
이밖에 합병대상인 진에어와 에어부산도 각각 5.31%, 3.64% 올랐다.
이번 공정위가 내건 조건부 승인 조건도 그동안 항공업계 안팎에서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앞서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은 경쟁제한성이 있어 일정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심사관들의 의견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일부 운수권 등을 반납하는 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두 항공사의 합병에 따라 독과점이 우려되는 항공정비사업(MRO)을 따로 분리해야한다는 의견도 일부에서 제기됐지만 이번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이와 관련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통합항공사의 운항 계획에 뼈대가 잡힌 만큼 대한항공은 내년부터 본격화할 통합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정위가 내건 조건부 승인과 관련해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해 탄생하는 항공사가 일부 운수권과 슬롯을 반납하게 되면 국제선 운항 축소가 예상돼 인수합병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으로 인수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낮아질 수 있다”며 “아직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장거리 노선은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에서 통합항공사가 노선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노선을 축소하게 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 등 인력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10월 성명을 내고 “공정위가 운수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항공사의 수입원을 원천차단하겠다는 것이다”며 “운항 노선이 줄어들 경우 3만 명이 넘는 직원들의 고용불안과 막대한 공적자금에 따른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아직 대한항공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7개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공정위가 내년 1월 전원회의를 마치고 조치를 확정해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마치지 못하고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 발표에서 "우리가 심사를 먼저 끝내더라도 해외 경쟁 당국 심사가 종료될 때까지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며 "경쟁 당국 사이의 조치가 서로 달라 기업이 겪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경쟁당국과 수십 차례에 걸쳐 전화 회의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2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조건부 승인을 내용으로 하는 심사보고서를 보내고 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피심인(기업) 의견 제출기간 4주를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말경 전원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심사보고서를 송달 받으면 구체적으로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정리해 공정위와 협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