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 사장 겸 롯데제과 대표이사가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각각 운영하고 있는 빙과사업의 재편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국내 빙과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과연 어떤 선택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군 총괄대표 사장 겸 롯데제과 대표이사. |
28일 빙과업계 안팎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빙과사업을 놓고 합병을 검토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롯데제과의 빙과류 대표 제품으로는 월드콘과 설레임, 스크류바 등이 있으며 롯데푸드 제품은 돼지바와 구구콘, 빠삐코 등이 있다.
두 기업 모두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진 장수 브랜드를 가지고 30년 넘게 빙과사업을 해온 만큼 합병설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제기되고 있는 합병설을 두고서 빙과업계에서는 가능성이 꽤 높다고 바라본다.
롯데그룹이 최근 헤드쿼터제도를 도입하고 각 사업군의 중심이 되는 회사의 대표이사에 사업군 총괄대표를 앉힌 것은 같은 사업군 계열사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이 식품군 총괄대표와 롯데제과 대표를 함께 맡고 있는 만큼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시너지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빙과사업의 재편도 유력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올해 두 기업의 빙과사업 실적은 엇갈린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제과는 빙과부문에서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410억 원을 냈다.
1년 전(226억 원)보다 2배 가까이(81.4%) 늘었다.
반면 롯데푸드 빙과부문은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 15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7억 원)보다 20%가량 줄었다.
이 사장은 국내 빙과시장이 점차 축소되고 있어 두 기업의 실적에서 빙과사업이 악영향을 미치기 전에 사업부 개편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빙과시장에서 확고한 1위 지위를 굳히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내 빙과시장 규모는 2015년 2조 원대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매다 감소세를 보이며 2020년 1조5433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까지 6666억 원에 머물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7% 더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추워지는 하반기에는 시장이 더 축소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빙과업계에서는 올해 빙과시장 규모가 역대 최저치인 1조3천억 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쟁기업인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것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합병설의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매출 기준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의 시장점유율을 더하면 40.3%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현재 개별적으로 생산과 영업 체계를 갖추고 있는데 시장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45.2%로 조금 높다.
만약 두 기업의 빙과부문을 합치게 되면 실제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과 유통의 통합 운영을 통해 비용 절감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다만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사업부를 합치더라도 시너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아이스크림을 생산하는 공장의 위치가 각각 달라 통합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롯데제과는 본사가 있는 서울 영등포와 경남 양산, 대전에서 아이스크림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롯데푸드는 천안공장에서 생산한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 내부에서는 빙과사업부 합병과 관련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도 합병했지만 브랜드는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며 “합병설은 꾸준히 흘러나오지만 두 기업의 빙과부문을 합쳤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나올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롯데푸드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확인된 사항이 아니지만 시너지가 없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며 "다만 시너지를 가늠하기 어렵고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다른 회사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