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하나은행장이 내년 실적 향상을 위해 ‘민첩한 영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행장은 취임한 뒤로 디지털 전환 등 미래를 위한 준비에 나섰지만 당장 실적 증가를 이뤄내야 미래 준비도 뒷받침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하나은행이 연말 조직 개편과 승진 인사에서 무엇보다 영업력 강화에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주축을 이룬다.
하나은행은 ‘영업그룹’을 신설하고 기존 국내영업조직의 영업본부를 폐지했다. 영업조직은 기존 3단계(콜라보그룹-영업본부-지역영업그룹)에서 2단계(콜라보그룹-영업그룹)로 축소됐다.
영업조직을 더 민첩하고 가볍게 만들어 현장에서 더욱 빠르게 움직이도록 해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승진 인사에서는 특히 ‘영업’이 강조됐다.
일단 현장 중심의 영업력 강화를 위해 영업 현장의 성과 우수 지점장 등을 대상으로 본부장 승진 인사를 단행한 점이 눈길을 끈다.
모두 17명이 본부장에 올랐는데 지난해 10명이 본부장으로 승진한 점과 비교하면 숫자가 확연히 늘었다.
중용된 여성 인재도 모두 영업 관련 부서에 배치됐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그룹의 차세대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웨이브스(Hana Waves)’ 1기 과정을 수료한 직원 2명을 본부장으로 선임했는데 각각 손님행복본부와 영업지원본부를 이끌게 된다.
박 행장은 내년 기준금리 인상 등 하나은행에 우호적 분위기가 꾸려지는 점을 실적에 최대한으로 반영하기 위해 영업 부문에 특히 힘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다른 은행과 비교해 원화대출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상대적으로 순이자마진 및 실적이 빠르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나은행이 보유한 원화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77%에 이른다”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의 상승 속도가 다른 시중은행보다 빠르다”고 설명했다.
박 행장은 올해 3월 취임한 뒤로 하나은행을 ‘손님 생활 속 디지털은행’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디지털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은행 사이 플랫폼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토스뱅크나 카카오뱅크 등 테크기반 기업들의 금융영역 확장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박 행장에게 디지털 전환만큼이나 당장 눈앞의 실적도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든든한 실적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고 박 행장이 내년 임기 2년차를 맞으면서 실적은 경영능력 평가와 직결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