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관계자는 23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날 공정위 결정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을 모색하고 있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15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 기업총수로서는 이례적으로 직접 출석해 12시간 가까이 소명을 했을 정도로 SK실트론 지분 인수가 위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공정위로부터 총수인 최 회장이 검찰에 고발당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피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불법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등으로 과거 실형을 살았던 만큼 SK실트론 지분인수에서도 위법행위가 인정되면 최 회장 뿐만 아니라 SK그룹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계열사 출자금 465억 원을 국외에서 불법적으로 쓴 혐의가 인정돼 2013년 1월 법정구속돼 실형을 살았고 2015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SK가 위법성 해소에 적극 나서는 것을 놓고 SK실트론 상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인을 남기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SK실트론은 증권업계로부터 기업가치를 4조 원대로 평가받으며 SK그룹내 ‘대어급 상장후보회사’로 꼽힌다.
SK실트론은 경북 구미에 차세대 웨이퍼로 평가받는 실리콘카바이드(SiC)웨이퍼 생산공장 투자에 2024년까지 19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자회사 SK실트론CSS를 통해 실리콘카바이드웨이퍼 생산공장 증설에 5년 동안 6억 달러(7천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투자재원으로 쓸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공정위가 SK실트론의 최대주주인 SK와 사실상 2대주주인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과정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 상장제약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30조(질적 심사요건)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기업지배구조, 내부통제제도, 공시체제, 특수관계인과 거래 등과 관련한 경영투명성을 고려해 기업의 상장여부를 심사한다.
향후 한국거래소 기업심사평가위원회가 SK실트론의 상장심사 때 SK실트론의 최대주주인 SK와 사실상 2대주주인 최 회장의 법위반을 이유로 상장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대주주나 관계인이 법적 처벌을 받은 것이 상장 제한요건으로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다”며 “다만 제재조치를 받으면 한국거래소가 질적심사를 할 때 상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건으로 검토할 수 있고 중대한 위반사항이라고 판단하면 해당기업의 상장을 제한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투명성 조항을 근거로 경영진 또는 임직원의 도덕성도 기업을 상장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평가하는 요소로 삼을 수 있다”며 “이러한 질적심사요건이 상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사전에 알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SK 관계자는 “SK실트론 상장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가까운 시일 안에 상장을 추진할 계획은 현재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22일 2017년 SK가 LG실트론을 인수할 때 지분 70.6%를 인수하면서 잔여 지분 29.4%를 인수하지 않고 최 회장이 이를 매입한 것을 놓고 SK가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또 공정위는 상법 제397조 2항을 근거로 SK가 최 회장에게 지분 29.4% 인수기회를 준 것은 회사와 대표 사이 이익이 충돌하는 사안임에도 상법상 절차적 요건을 따르지 않았다고 바라봤다.
이에 관해 SK는 최 회장이 지분 29.4%를 인수한 것은 SK실트론 경영권과 무관한 단순한 재무적 투자기회라는 점에서 SK의 사업기회가 아니며 SK가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 지분 미인수방침을 보고했다는 점을 들어 절차적으로도 정당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책임경영을 위해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한 것인데 이를 위법행위로 판단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