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기자 hyewon@businesspost.co.kr2021-12-23 16: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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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지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김 부회장의 때 이른 대표이사 복귀를 두고 오너리스크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해외사업에 집중해 성과를 거둔다면 이런 시각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 <삼양식품>
23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김정수 부회장이 단독 대표이사에 오르며 해외영업본부장을 맡은 것은 해외사업 확대에 오너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김 부회장이 해외시장 확대와 관련 의사결정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며 “기존에도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해외시장 공략에 깊이 관여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삼양식품이 경남 밀양에 2천억 원을 투입해 새로운 공장을 세우겠다고 결정한 것도 지난해 10월 초 총괄사장으로서 김 부회장이 경영에 다시 참여한 뒤였다.
삼양식품은 오직 국내에서만 제품을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밀양 공장 투자는 결국 삼양식품이 오너십을 통해 해외사업에 힘을 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삼양식품은 최근 김 부회장이 해외사업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 부회장은 중국과 미국 현지에서 법인 영업을 시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먼저 설립한 일본법인은 최근 영업을 시작했다. 해외영업 담당 직원들의 현지 출장도 점차 재개하고 있다.
삼양식품에 따르면 현지 판매법인이 설립되면 해외에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트렌드에 대응하는 등 현지 맞춤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더욱 수월해진다.
삼양식품은 미국과 일본, 중국의 법인 매출 비중을 2025년까지 해외매출의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현재 삼양식품의 해외매출 가운데 이들 3개 국가에서 거두는 매출은 63% 수준이다.
김 부회장은 2012년 불닭볶음면을 개발하고 '불닭볶음면 성공신화'를 쓴 주인공이다.
2016년 초 불닭볶음면이 유튜브를 통해 해외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하자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 2년 만인 2018년 80여 개 국가에 판로를 뚫었고 2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당시에는 해외사업 담당 임원이 별도로 없었고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었다. 사실상 김 부회장이 해외사업 성공을 이끈 주인공인 셈이다.
김 부회장이 최근 인사에서 대표이사와 해외영업본부장을 겸직하며 해외사업의 선봉에 다시 선 것도 과거 성과가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김 부회장의 대표이사 복귀는 오너리스크 관점에서 비판을 받는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아내인 김 부회장은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2018년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계열사에서 납품받은 포장박스 등 자재를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꾸며 49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결국 김 부회장은 2020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부회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따라 취업도 제한됐다. 하지만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취업제한을 풀자마자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총괄사장에 오르며 경영에 복귀했다. 올해 3월에는 ESG위원장까지 맡았다.
ESG위원장을 맡은 것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되지만 여전히 오너리스크 재발 가능성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법무부의 취업제한 해제 명령이 난 뒤 논평을 내고 “이런 비리기업인이 단지 총수일가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경영에 복귀한다면 향후 해당 회사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김 부회장이 오너리스크와 관련한 부정적 시각을 떨쳐내려면 그가 직접 진두지휘하는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내 성과로 잘못을 덮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삼양식품을 둘러싼 상황은 나쁘지 않다.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내고 있는데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해외매출 비중은 58.9%로 지난해 같은 기간(57.6%)보다 소폭 늘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 음식도 크게 주목받아 삼양식품의 매출이 급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효과 없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삼양식품의 해외매출 성장률이 각각 35%를 넘었으나 올해는 다소 성장세가 주춤하다.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해외매출은 2020년 1~3분기보다 7.6% 감소했다.
김 부회장의 대표이사 복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경영승계 과정의 일부로 해석되기도 한다.
김 부회장의 아들인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이사는 오너3세로 2020년 6월부터 경영관리부문장으로 일하며 경영분석과 프로세스 개선, 국내외 사업방향 구축 업무 등을 총괄하고 있다.
전 이사는 1994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9년 해외사업본부 소속 부장으로 입사해 지난해 6월 경영전략부문 임원으로 승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