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롯데백화점) 대표, 나영호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롯데온) 대표. |
롯데쇼핑에 영입된 인재들이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 재도약을 위한 시작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롯데쇼핑 조직구성을 살펴보면 롯데쇼핑에 ‘순혈주의’는 이제 옛 말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1월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쇼핑 대표이사부터 각 사업부를 이끄는 수장들까지 대부분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들을 포진시켰다.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와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김상현 부회장부터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롯데백화점), 마트사업부(롯데마트), e커머스사업부(롯데온) 등 주요 사업부 대표 모두 롯데그룹 출신이 아니다.
김상현 부회장은 미국 P&G와 홍콩 DFI리테일그룹 등을 거친 유통 전문가로 이번에 처음 롯데그룹에 발을 들인다.
정준호 백화점사업부 대표는 롯데그룹의 라이벌 신세계그룹 출신이며 강성현 마트사업부 대표는 컨설턴트 출신이다. 롯데 유통사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나영호 e커머스사업부 대표 역시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외부 인재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만 성장한 인물이 수장으로 있는 사업부는 슈퍼사업부(롯데슈퍼)의 남창희 대표가 유일하다.
롯데쇼핑이 과거 유통공룡이라는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느냐가 사실상 외부 인재들에게 달린 셈이다.
이들은 조직문화 변화에서 답을 찾고 있다.
정준호 대표는 20일 롯데그룹 사내망에 영상으로 취임인사를 전하며 “(조직문화는) 숨 쉬는 공기와 같다”며 “가장 부정적 조직문화는 상명하복이며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고 시키기만 하는 사람은 더 위험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롯데그룹의 수직적 조직문화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번 만큼은 조직문화부터 확실하게 바뀔 것이고 많은 영역에서 전략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며 롯데백화점 대표로서 조직문화 개선에 비중을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 대표는 앞서 롯데백화점 대표에 공식적으로 오른지 하루만인 2일 전국 점포 점장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경직된 조직문화와 세련되지 않은 이미지 등을 문제로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상현 부회장도 같은 맥락으로 조직문화를 뜯어 고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 부회장은 13일 사내망에 편지 형식으로 글을 올려 “롯데가 갖춘 장점은 극대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빠르게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불필요한 허례허식을 과감하게 버리겠다”고 말했다.
모두 롯데쇼핑이 격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 롯데그룹의 조직문화에 있다고 본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각 사업부 대표들은 조직문화 변화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나영호 대표는 9월 말 조직을 개편하면서 검색부문, 추천부문으로 불린 조직 이름을 파인딩부문, 데이터부문으로 바꿨다. 개발자들이 익숙한 용어로 조직 이름을 바꾸는 것부터 조직문화에 변화를 준 것이다.
나 대표는 스타트업 문화를 조직에 이식하는 데도 중점을 두고 있다.
다른 계열사들은 아직 대부분 롯데그룹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사내 메신저를 쓰지만 롯데온은 전 세계적으로 개발자들 사이에 많이 쓰이는 ‘슬랙’을 도입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는 롯데온 수장에 취임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올해 5월 내부에 조직문화TF를 만들어 이를 통한 조직문화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정준호 대표도 군대식 조직문화를 버릴 것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전국 점포 점장들과 화상회의에서 점장들에게 “수행원이 많이 따라다니고 받아적고 하는 옛날 방식을 지양해달라”며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자”고 말했다.
그는 짧으면 2~3년, 길면 4~5년 안에 롯데백화점의 조직문화를 변화시킨 뒤 떠나겠다는 말도 했는데 그만큼 조직문화 탈바꿈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