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주택이 진행하는 전남 나주시 부영골프장 잔여부지 개발사업을 두고 갈등이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나주시가 도시계획 변경 관련 민관 자문단을 구성하는 등 의혹 해소에 나섰지만 시민단체는 나주시와 부영주택이 구색을 갖춰 문제를 비켜가려 한다고 비판하며 반발의 목소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 최양환 부영주택 대표이사.
부영주택은 높은 임대료, 부실시공 논란 등으로 타격을 입은 기업 이미지와 신뢰 회복이 중요한 경영과제인데 이번 논란으로 그동안 추진해온 일들이 빛을 바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20일 나주시 안팎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부영골프장 잔여부지 용도변경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구성한 민관 자문단은 이날까지 회의조차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다.
자문단은 애초 12월 안에 부영주택으로부터 사업 관련 수정 계획안을 받아 논란이 된 용도변경 계획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해당 부지의 개발형태와 용적률 등에 관해 논의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아직 부영주택에서 수정 계획안을 제출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등 외부 상황도 좋지 못해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재 시민단체 등에서는 민관 자문단 자체를 해체하고 부영주택과 부영골프장 잔여부지 개발과 관련한 사전협상을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 쪽은 나주시가 실효성도 없는 자문단을 앞세운 요식행위로 부영주택에 특혜를 주려 한다고 본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영주택과 부영골프장 개발사업 관련 사전협상을 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라며 “행정의 주체인 나주시도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해야 계획 관련 실질적 조율, 정보 제공 등이 가능한데 행정이 빠진 자문단으로는 사안과 관련해 무엇 하나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글자 몇 개 바꾸는 행정행위 하나로 부영주택이 가만히 앉아서 수천억 많게는 1조 원 이상의 이익을 보는 게 확실한데 지금은 시에서 그저 무슨 이야기가 나오면 부영주택에 전달할게요 하는 수준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부영골프장대책시민협의회와 시민단체 36곳이 참여한 부영골프장 용도지역변경반대 시민운동본부는 앞서 16일 부영주택의 부영골프장 개발이익 관련 공공기여 활성화를 위해 주민들이 직접 조례를 발의하는 방안에 관한 토론회도 열면서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시민단체는 나주시가 나서지 않는다면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라도 도시계획 사전협상제도를 넣은 조례를 만들어 개발을 통해 생기는 이익을 특정집단이 독점하는 구조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앞서 11월25일에도 부영주택 특혜 철폐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 열었다.
앞서 부영주택은 나주 부영골프장 부지 일부를 한국에너지공대로 무상 기부하고 남은 잔여부지 개발을 추진해 왔다.
부영주택은 2019년 10월 한전공대 부지로 기증하고 남은 부영골프장 잔여부지(35만2천여 ㎡)에 아파트 5328세대를 짓겠다며 나주시에 도시관리계획 입안서를 제출했다.
부영주택이 제출한 계획서에는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자연녹지인 잔여부지 용도를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계획안이 나주시를 거쳐 전남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돼 통과되면 부영주택은 나주 혁신도시의 다른 아파트단지들보다 용적률, 최고 층수 등에서 좋은 조건을 받기 때문에 특혜논란에 휩싸였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3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이 최대 300%까지 허용되는 지역으로 층수에 제약이 있는 2종과 달리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나주시에 따르면 현재 나주 혁신도시는 용적률 175%까지 허용해 준 것이 최고 수준이다.
이에 부영주택이 사업 계획안에 용도변경 신청을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넣은 것은 너무 욕심을 낸 것 같다는 말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나온다.
부영주택은 기존 계획서에서 공공기여 부분도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5천 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면서 초등학교와 유치원 설립 정도만 계획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에 ‘꼼수기부’라는 논란도 불거졌다.
정치권의 대장동 의혹은 이번 논란에 불을 당겼다.
지역사회는 새삼 부영골프장 사업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올해 전라남도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업이 도마에 올랐다. 시민단체들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나주시의 한 관계자는 “부영주택이 당초 계획안에서 공공기여 부분이 없다 보니 시민단체에서도 반발하고 일반 시민들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 것 같다”며 “부영주택에 주민설명회, 의견청취, 1차 관계기관 부서협의 진행을 통해 취합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보완 계획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만큼 수정 계획안에서 공공기여 부분, 용적률 관련 사항 등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