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쿠팡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은 당분간 ‘계획된 적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분기별 영업수지를 흑자로 돌려세우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쿠팡은 올해 1~3분기에 모두 분기별로 영업손실을 냈다. 3분기까지 누적 적자만 1조 원이 넘는다.
쿠팡이 3월 기업공개를 했을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앞으로 쿠팡이 자금 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흑자전환에 힘을 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작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영업손실이 늘어나면서 ‘과연 쿠팡이 흑자를 낼 수 있을까’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이를 놓고 “현재로서는 고객 만족을 높이겠다는 쿠팡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더 집중할 것이다”며 “시장에서 쿠팡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이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흑자를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쿠팡이 적자구조를 마냥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안정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드는 데도 시선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쿠팡은 10월에 아마존 출신 임원 케일럽 힐을 쿠팡의 광고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조직 쿠팡미디어그룹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힐 부사장은 아마존에서 2014년 6월부터 2021년 9월까지 7년 4개월을 일하며 광고(Ad) 서비스 유럽 담당 매니저, 국제 서비스 및 운영 디렉터, 광고 매니징 디렉터, 글로벌 어카운트(고객) 매니지먼트 디렉터 등을 맡았다.
아마존 합류 이전에도 마이크로소프트와 미디어마인드 등을 거치며 광고 관련 사업에 몸을 담은 광고비즈니스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쿠팡이 힐 부사장을 영입한 것은 결국 광고비즈니스에서 돈을 벌고 있는 아마존처럼 쿠팡에도 아마존식 사업모델을 도입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 아마존의 사업을 뜯어보면 이런 시각에 힘이 실린다.
아마존의 광고사업은 외형적으로 보면 덩치가 충분히 크진 않다.
아마존은 올해 3분기에 온라인스토어부문에서 매출 499억4200만 달러를 냈지만 광고사업을 포함한 기타부문에서는 매출 80억9100만 달러를 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온라인스토어부문은 45.1%지만 기타부문은 7.3%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타부문의 성장 속도는 그 어떤 사업부문보다 빠르다.
올해 3분기 아마존 기타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49% 늘었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평가받는 아마존웹서비스(AWS)부문의 성장률 39%를 10%포인트나 앞서는 수치다.
실제로 아마존 기타부문의 성장률은 2020년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모든 사업부문을 앞서고 있다.
아마존은 광고사업에서 실제로 영업이익을 크게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마존은 각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을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마존의 광고사업이 아마존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평가받는 아마존웹서비스부문과 비슷한 규모의 현금을 매 분기마다 벌어들이고 있다는 게 업계에 지배적 의견이다.
아마존이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상황에서 광고사업을 진행하는 데 따로 투입해야 할 자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베네딕트 에반스 애널리스트는 3월 ‘아마존의 광고가 AWS보다 더 가치가 있을까?’라는 글을 통해 “아마존이 광고사업에서 내는 이익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보에 입각한 추측을 할 수 있다”며 “아마존이 2020년에 기타부문에서 낸 매출 215억 달러 가운데 광고사업이 200억 달러라고 가정하고 구글의 영업이익률을 대입하면 광고사업의 영업이익은 136억 달러로 AWS와 같다”고 봤다.
에반스 애널리스트는 “물론 단지 추측일 따름이지만 숫자가 무엇이든 광고사업은 아마존의 큰 사업이다”고 덧붙였다.
이런 분석들을 놓고 볼 때 김범석 의장이 케일럽 힐 부사장을 영입한 이유는 쿠팡의 사업을 지속가능한 모델로 만들기 위한 광고비즈니스를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실제로 쿠팡은 광고비즈니스에서 일정 부분 성과도 내고 있다.
쿠팡은 올해 3분기 실적자료에서 광고비즈니스 관련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김 의장은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우리의 수익화 노력 또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올해 3분기 광고 수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우리는 아직 (광고 수익에서) 초기단계에 있으며 광고가 향후 이윤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