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후보가 12월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사과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후보가 배우자 김건희씨를 둘러싼 의혹들을 두고 사과했다.
윤 후보는 그간 사과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으나 여야를 가리지 않고 사과를 해야한다는 지적이 많아지면서 결국 고개를 숙였다.
다만 김씨와 관련한 의혹 제기와 사실 검증이 끝나지 않은 만큼 배우자 리스크를 일단락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윤 후보가 대국민 사과를 결심한 데는 당내 압박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의 발언이 나온 뒤 예고 없이 윤 후보의 사과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빨리 사과할수록 좋다"며 "후보가 전반적으로 사실관계를 완전히 파악하면 본인 스스로 곧 사과를 하실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 역시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지금이라도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는 겸손한 자세로 확인 과정을 거쳐 늦지 않은 시간에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윤 후보를 압박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사과와 비교되며 여론이 악화한 것도 사과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 후보는 16일 오전 아들의 불법 도박 의혹이 일자 곧바로 인정하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입장문을 통한 사과뿐만 아니라 공개일정에서도 거듭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허리를 굽혔다.
비슷한 시기에 가족 관련 리스크가 터진 두 후보의 대응이 엇갈리면서 윤 후보는 더욱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관측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넥스트리서치가 SBS의 의뢰로 조사해 16일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살펴보면 이 후보가 35.4%, 윤 후보가 33.3%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18세 이상 1016명을 대상으로 유선과 무선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지만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던 윤 후보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결과다.
더군다나 이 조사는 김씨와 관련된 의혹이 보도된 14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번 논란이 여론조사 결과에 일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윤 후보가 공식 사과에 나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씨의 허위 이력 기재 의혹이 불거지고 대국민 사과를 하기까지 나흘이 소요됐다.
윤 후보는 배우자 김씨의 허위 이력 기재 의혹이 보도되자 14일과 15일에 걸쳐 "보수를 받거나 상근한 게 아니며 재직 기간은 착각한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허위경력은 아니다", "가까운 사람 중에 대학 관계자가 있으면 시간강사를 어떻게 뽑는지 한번 물어보라"는 등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과 의사를 질문받자 "이미 죄송한 마음을 표현했다고 본다"며 "사과에 공식과 비공식이 따로 있지 않다"고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전에도 논란이 되는 사안에 사과를 주저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키운 적이 있다.
그는 10월19일 부산에 방문했을 때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이 나오는데 이틀 동안 사과하지 않았다. 10월21일 송구하다며 사과했지만 이튿날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려견 토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려 재차 논란이 불거졌다.
윤 후보의 이러한 태도를 두고 오랜 검찰 생활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판에서 시비를 다투는 검사로서 업무상 사과할 일이 많지 않은데다 위계질서가 확실하고 경직된 검찰 조직 문화에서 사과를 하는 것은 자존심과 체면을 구기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과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도 사과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2019년 7월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으나 사과를 피했다.
청문회에서 2012년 당시 대검 소속 부장검사였던 윤 후보가 뇌물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윤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후배였던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여러 의원들이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고 증언한 윤 후보의 육성 녹음파일을 틀며 사과를 요구했으나 윤 후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후보는 인사청문회장에서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다', '7년 전 일이라 말을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다'는 등의 말로 대응했다. 의원들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사실관계 해명이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윤 후보가 과거와 다르게 김씨를 둘러싼 논란을 놓고 사과에 나선 만큼 논란이 잦아들지도 주목받는다. 다만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논란이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란 명명백백 사실관계를 밝히고 해명을 해야 한다"며 "성실하게 사실관계부터 밝히는 게 사과하는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17일 '국민후원금 모금회' 발족을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분들께 심려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