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 회장이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윤여철 현대차 정책개발담당 부회장을 고문으로 임명하면서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총수일가인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한 명만 남게 됐다.
정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실상 전문경영인 부회장을 모두 없애며 친정체제를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정 회장은 2018년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매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1명 이상 부회장을 고문으로 임명하며 직할체제에 지속해서 힘을 실었다.
현대차그룹 부회장 수는 정 회장이 총괄 수석부회장에 오르기 전인 2017년 말 9명에서 4년 사이 1명으로 빠르게 줄었다.
이는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과 완전히 다른 경영 스타일이기도 하다.
정 명예회장은 만 61세인 1999년에 현대차 회장에 올라 2000년 현대차그룹을 출범했는데 이후 전문경영인 부회장에게 경영을 많이 의지했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한 곳만 보더라도 부회장이 2000년 말 1명에서 2010년 8명까지 늘었다. 현대차그룹 전체로 봤을 때는 2010년 부회장이 14명에 이르기도 했다.
부회장은 총수 일가를 제외한 전문경영인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자리로 그룹의 2인자이자 회장의 가신으로 평가된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 공이 큰 전문경영인에게 그만큼 큰 신뢰를 보낸 셈인데 불필요한 세력다툼을 야기해 업무 효율성을 떨어트린다는 말도 나왔다.
정의선 회장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인 만 50세에 회장에 올랐고 전기차 등 자동차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만큼 2인자를 두지 않고 직할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직할체제는 기본적으로 각 계열사 대표나 사업담당자가 최고 의사결정권자와 의견을 직접 논의할 수 있어 변화에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주요 역할을 맡은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이원희 전사EV가속화및ICE효율화CFT(다기능태스크포스) 사장, 이광국 중국사업총괄 사장 등 여러 전문경영인도 고문으로 임명하며 새 시대를 예고했다.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경영담당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 사장까지 포함하면 이번 인사에서 5명의 사장이 물러났지만 사장 승진은 한 명도 없었다.
특히 하언태 대표이사 사장을 물러나게 하면서 앞으로 임원인사에 긴장감도 높였다. 하언태 사장은 현대차 노무담당으로 3년 연속 단체교섭을 무파업으로 이끌었을 뿐더러 임기가 2024년 3월까지로 2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도 고문으로 물러났다.
정 회장은 아버지 시대 주역들의 빈자리를 신사업 신기술 분야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해 채웠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203명을 신규 임원으로 선임하는 사상 최대 규모 인사를 시행했는데 이 가운데 40대 비율은 33%, 연구개발(R&D)부문은 37%로 젊은 연구원을 대거 올렸다.
정 회장은 현재 현대차그룹을 완성차제조업체에서 벗어나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업체로 탈바꿈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젊은 조직의 필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했는데 이번 인사를 통해 이런 기조를 더욱 강화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신속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및 인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 핵심이다”며 “신규 임원 수를 예년보다 대폭 늘려 차세대 리더 후보군을 육성하는 한편 혁신을 향한 메시지 전달을 위한 의지가 반영된 인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