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학 기자 jhyoon@businesspost.co.kr2021-12-17 14:2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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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상자산업계가 세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트래블룰을 도입하고 시장 선점을 통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이 트래블룰 솔루션 도입을 앞두고 시장 선점을 위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 코드(위쪽)와 람다256 로고.
1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트래블룰 적용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상자산업계가 가장 이른 시기에 트래블룰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가상자산업계가 제도권에 편입돼 세계에서 규제를 가장 먼저 받게되는 과정에서 트래블룰 적용 시기도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트래블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해 자산을 주고 받을 때 송금인과 수취인 정보 등을 파악해 보내도록 하는 국제규칙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2022년 3월부터 가상자산업계에도 트래블룰을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금융위원회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올해 9월25일 시행됨에 따라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획득, 실명 입출금 계정 확보 등의 요건을 갖춰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허가했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거래소들은 실명 입출금 계정 확보를 위해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제휴를 맺어야 했다. 은행들은 실명계좌 발급을 제휴한 뒤 발생하는 문제와 관련해 책임소재에서 자유롭기 위해 제휴 과정에서 트래블룰을 적용하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국내 가상자산업계가 글로벌 가상자산업계보다 조기에 트래블룰 도입 준비에 나선 이유다.
당시 가상자산업계에서는 너무 이른 시기에 트래블룰 도입을 요구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왔지만 이제는 트래블룰 도입을 빨리 한 것이 오히려 글로벌 표준을 노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셈이다.
다만 국내 트래블룰 솔루션 시장도 업비트와 코드(CODE, 빗썸·코인원·코빗의 연합체) 등 2곳을 중심으로 나눠져 있어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국내 4대 가상화폐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은 합작법인을 세워 트래블룰 도입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업비트가 중도에 단독 솔루션 구축으로 전략을 선회하며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업비트는 자회사 람다256 통해 올해 8월 트래블룰 솔루션인 '베리파이바스프'를 선보였다. 국내와 국외를 포함해 20여 곳이 베리파이바스프를 연동하고 있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은 올해 8월 합작법인 코드를 설립해 트래블룰 솔루션을 개발했다. 코드는 12월8일 간담회를 열고 2022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트래블룰 솔루션을 가동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곳 모두 솔루션 구축은 마친 상황으로 향후 솔루션 도입사를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트래블룰 솔루션 시장 선점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비트와 코드는 자사 솔루션의 기술이 더 적합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신경전을 별이고 있다.
핵심 논쟁은 블록체인 기술의 사용 유무다.
람다256은 트래블룰 솔루션에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고 코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
람다256은 블록체인 기술이 트래블룰 솔루션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박재현 람다256 대표이사는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베리파이바스프를 개발 할 때 블록체인을 사용한 모델도 고민했다"며 "다만 성능 문제를 가져올 수 있고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싱가포르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의견을 고려해 거래소 사이 직접 암호화 통신을 활용한 모델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차명훈 코드 대표이사는 이와 관련해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반박 의견을 내놨다.
차 대표는 "이보다 블록체인에 적합한 비지니스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트레블룰 솔루션은 블록체인과 꼭 어울리는 영역인 것 같다"며 "블록체인이 개인정보를 담기 힘든게 사실이지만 (전체적 문제가 아닌) 그 회사 그 블록체인의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 성능 개선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며 "블록체인을 성능 문제로 쓸 수 없다고 단정짓는 것 자체가 블록체인 회사로서 자가당착이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국내 업계가 트래블룰 솔루션 구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표준이 되기 위해 경쟁보다는 협력에 힘써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11월 시가총액 기준 2700조 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당장 가상화폐 시장이 가장 크지만 메타버스, NFT(대체불가토큰) 등 확장성도 높다.
캐나다에서는 이미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를 판매하고 있고 미국도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 출시를 허용하는 등 제도권 편입과 관련한 장벽들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업계가 트래블룰 솔루션 시장의 글로벌 표준을 이끈다면 향후 가상자산 시장 성장에서도 입지를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을 대표하는 4곳이 공동으로 협력해 대응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며 "아직도 솔루션 간 연계 등 협력 가능성은 충분한 만큼 국내 솔루션이 글로벌 표준이 될 수 있게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