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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반쪽행사 전락 위기, 영화인 불참 선언

김재창 기자 changs@businesspost.co.kr 2016-04-19 14: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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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영화제 반쪽행사 전락 위기, 영화인 불참 선언  
▲ 3월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 긴급기자회견에서 고영재(오른쪽 세 번째) 공동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부산시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영화인들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부산시는 이와 상관없이 영화제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시아 최대의 부산국제영화제가 반쪽짜리 국제행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비대위, 영화제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 보장해야

19일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 보장, 나아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인들이 참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부산시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모쪼록 영화제의 정상화가 이뤄지길 강력하게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등 9개 단체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분야의 영화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2006년 스크린쿼터 투쟁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도 BIFF의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부산시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예총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부산시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 20년 넘게 20년 넘게 영화제를 발전시켜 온 영화인들의 땀과 눈물을 부정하고 있다”며 “BIFF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영화제로 만들려는 부산시의 시도는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예총은 “이번 파행의 원인은 영화제집행위가 부산시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월권과 전횡은 정치판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문화예술계에서는 스스로의 천박함을 드러내는 웃음거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예총은 “부산시는 더 이상 권력에 대한 눈치 보기와 문화예술에 대한 간섭을 그만 두고 비대위의 모든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성하는 마음으로 수용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입장 변화 없는 부산시

부산시는 영화인들의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선언에도 영화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부산시는 비대위의 성명이 나온 뒤 입장자료를 통해 “부산시는 영화제를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비대위의 영화제 보이콧 방침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동안 밝혀 왔듯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차질없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반쪽행사 전락 위기, 영화인 불참 선언  
▲ 서병수 부산시장.
부산시는 영화인들과 지금도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는데 아직까지 뚜렷하게 진전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가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에 별도의 행사를 기획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부산시는 10월1일부터 23일까지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이라는 대규모 문화 페스티벌을 열기로 했다. 이 행사는 K-팝 콘서트, 드라마 뮤직콘서트, 한류스타 특별전, 한류스타 팬 사인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행사의 예산규모만 100억원대로 알려져 있는데 다분히 BIFF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 해법은 없나

영화인들은 영화제 보이콧이 BIFF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얘기한다.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정윤철 감독(말아톤 제작)은 “스무살을 맞은 영화제가 성인식을 치르며 어른이 되어야 하는 축제의 마당에 오히려 완전히 망가지는 것을 보며 참으로 비통한 심정”이라며 “영화제 보이콧은 일종의 고육지책”이라고 밝혔다.

정 감독은 “영화인들의 영화제 보이콧은 단순히 하나의 영화제뿐만 아니라 우리가 소중히 지켜온 민주주의를 위해서 하는 것이자,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 간 갈등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영화제에서 상영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부산시는 ‘다이빙벨’ 상영 취소를 요구했지만 영화제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10월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 및 부산영상콘텐츠밸리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안정적인 재정지원과 독립성 강화를 뼈대로 한 특별법을 제시하며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13총선에서 부산에서 5석을 획득하는 전과를 올렸는데 지난해 약속했던 특별법을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시작돼 올해로 만 20년째를 맞는다.

1회 개최 당시 참가국 31개국, 출품작 169편 규모였으나 지난해에는 75개국, 302편으로 성장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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