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웹젠 대표이사가 개발 자회사를 늘려 '스튜디오 체제'를 강화하려 한다.
웹젠은 '뮤'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중국 라이선스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신작게임 출시를 위한 개발 역량 확대에 힘을 쏟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웹젠 안팎에 따르면 김 대표는 사내 조직인 유니콘TF를 통해 국내 개발사 및 스타트업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유니콘TF는 12월에 신설된 김 대표 직속 벤처투자 전문조직이다. 장르와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게임업계의 전망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았다.
투자방식에도 제한을 두지 않아 지분투자에서 파트너십까지 다양한 제휴형태를 고려하고 있다.
웹젠은 이미 지난해부터 독립된 '스튜디오 체제'를 강화해왔다. 2020년 12월 웹젠노바와 웹젠비트를 설립해 개발 자회사를 7개로 늘렸는데 앞으로 덩치를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개발조직을 자회사로 떼내 독립시키면 모기업에서 하기 어려웠던 시도들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작을 많이 내는 것을 넘어 책임소재도 분명해진다. 국내에서는 넥슨이 2018년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해 부진을 털어낸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웹젠 관계자는 “한정된 내부 인원으로 미래기술을 확보하고 신작게임 프로젝트를 확장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외부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웹젠의 대표 지식재산(IP)인 뮤를 대체할 신작게임을 확보하고 PC와 모바일 중심의 포트폴리오도 콘솔 등으로 넓혀가려고 한다. 이밖에 대체불가토큰(NFT)과 메타버스 등 게임업계에서 주목받는 미래기술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뒷받침할 자금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 기준 웹젠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530억 원에 이른다. 웹젠의 2019년과 2020년 순이익도 각각 800억 원에 이르는 만큼 투자금 확보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웹젠은 풍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지식재산, 대체불가토큰 분야에서 성장잠재력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웹젠은 그동안 뮤 지식재산(IP) 의존도가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웹젠은 2001년 내놓은 PC 역할수행게임(RPG) ‘뮤 온라인’이 흥행해 200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이후 신작들이 연이어 실패하고 국내에서 뮤 인기가 사그라들며 부진을 겪었다.
2012년부터 웹젠 대표이사를 맡은 김 대표는 2014년 중국 텐센트그룹에 뮤 지식재산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 수익기반을 만들었으나 뮤 시리즈를 대체할 신작을 내놓는 일은 지지부진했다.
2018년부터 신작개발을 확대해 ‘큐브타운’, ‘퍼스트 히어로’, ‘샷온라인 골프’, ‘풀타임’ 등을 출시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원인으로는 개발역량 부족이 꼽혔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웹젠이 뮤 지식재산(IP)사업에 집중하느라 신작게임 개발을 등한시해왔다고 본다. 2007년 뮤 초창기 개발진이 대거 퇴사한 영향도 있을 수 있다.
이밖에 중국 정부가 인터넷기업 규제의 일환으로 웹젠의 중국 파트너사 텐센트에게 새로운 뮤 게임의 판호(사업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점도 김 대표가 새로운 지식재산(IP)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김 대표는 2020년 신년사에서 "생존이 목표인 경쟁시장에서 회사는 주목받을 만큼 성장했으나 이를 넘어 문화를 만드는 기업이라 일컫기에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며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기업으로서 한단계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