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전기요금 동결 가능성에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이 동결되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데다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13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20일 정도에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물가관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에너지산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물가 인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 6월 지방선거 등 연이어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정부가 공공요금을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7% 오르면서 약 10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상승해 39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한국은행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2022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9월에도 한국가스공사의 가스요금 인상을 놓고 기재부와 산업부의 의견이 충돌했지만 결국 산업부가 가스요금 인상을 추후 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면서 가스요금은 동결됐다.
한국전력이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연료비 부담으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어 정 사장은 전기요금을 적정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간절하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 상반기까지 요금이 동결된다면 한국전력이 그에 따른 손실을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다. 또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전기요금 연간 인상한도가 5원으로 제한돼 적정수준까지 요금을 인상하는 것도 쉽지 않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연결기준 4조66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여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2022년에 6조1972억 원, 2023년에는 2조677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적 개선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전력의 자체신용도를 하향 조정했고 일부 증권사들은 한국전력 목표주가를 낮췄다.
정 사장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기여하고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사업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태양광·해상풍력 투자 등을 통해 2026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1102MW로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행법상 한국전력이 직접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전기사업법 개정안 통과가 선행돼야 한다.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서는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발의된 개정안은 송배전망을 관리하는 한국전력이 직접 발전사업에 참여하면 망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아직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코스피 상장기업인 만큼 배임 등으로 주주들에게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전력 투자자 소액주주모임은 앞서 정부가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연이어 전기요금 동결을 결정하자 정부와 한국전력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보이기도 했다.
한국전력은 정부와 국회를 설득한 끝에 올해부터 전기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적용하는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했다.
다만 급격한 전기요금 변동을 막기 위해 분기당 인상한도는 kWh당 3원, 연간 인상한도는 5원으로 제한했다.
전기요금은 올해 1분기에 1kWh당 -3원으로 내렸고 2분기, 3분기에는 정부기조에 따라 동결됐다. 4분기에 전기요금을 1kWh당 3원 인상했지만 여전히 원자재 가격 상승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