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2006년 10월29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잠실야구장에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을 관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서 별 중의 별이 또 나올 수 있을까?
과거
이건희 전 회장 시절에는 삼성생명에서
이수빈 회장이 유일한 전문경영인 회장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현재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 회장은 물론 부회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수빈 회장의 뒤를 이을 만한 전문경영인이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서 전문경영인 출신 회장 승진자는 1993년
이수빈 전 삼성증권 대표이사를 마지막으로 28년째 맥이 끊겨 있다.
부회장 승진자조차 2012년 박근희 전 삼성생명 대표이사를 끝으로 9년째 소식이 없다.
반면 전자 등 제조계열사 쪽은 전문경영인 회장과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번 연말 인사에서도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해 2017년
권오현 전 회장에 이어 4년 만에 회장이 탄생했다. 한종희·
정현호·전영현 부회장 등도 나왔다.
금융계열사 인사에서 가장 연배가 위인
심종극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이 삼성경제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사회공헌업무를 총괄하게 돼 사실상 경영 일선을 떠난 것과 대조적이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시절에는 이 전 회장의 측근이었던
이수빈 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면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중심을 잡았다.
이수빈 회장은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해 사상 처음 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30대에 사장이 됐고 50대 중반에 회장에 올라 20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
이건희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 있을 때 그룹을 대표하며
이건희 전 회장의 공백을 채우는 등 단순히 금융계열사를 아우르는 이상의 역할을 수행했다.
2019년 삼성경제연구소 회장으로 이동하면서 사실상 경영에서는 손을 뗐지만 지난해
이건희 전 회장 영결식에서 약력보고를 맡으며 여전한 존재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수빈 회장 이후 그 정도로 무게감이 있는 최고경영인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과거와 경영환경이 달라진 데다 계열사별로 독자경영 체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만큼 이전처럼 회장이나 부회장을 두고 금융사업 전반을 관할하도록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계열사 경영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계열사에도 혁신경영을 주도해 나갈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향후 이러한 역할을 맡을 인물로 과거 미래전략실 출신들을 주목하는 시각도 떠오른다. 특히 금융계열사의 일류화와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해 미래전략실에 설치됐던 금융일류화추진팀 출신에 시선이 모인다.
현재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등이 금융일류화추진팀을 거쳤다. 미래전략실의 전신 격인 삼성전자 경영전략팀을 나온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도 넓게 보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1963~1964년생으로 2~3년 안에 삼성그룹 최고경영자로서 통상적 한계연령으로 여겨지는 만60세에 도달한다. 이때까지 경영성과와 기여도에 따라서 더욱 역할을 확대하게 될지 여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과
김기남 회장 모두 만60세가 된 해에 부회장 승진이 결정됐다. 올해 부회장으로 올라선
정현호·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부회장은 만59~61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