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 부사장이 석탄, 철광석 등 건화물의 수요 감소에 대비해 원유수송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팬오션은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의 해운운임에 힘입어 좋은 실적을 거뒀는데 안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기 위한 토대를 다지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팬오션에 따르면 최근 원유 운송사업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것은 건화물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팬오션 관계자는 “석탄이나 철광석 등 그동안 팬오션이 주로 운송을 해왔던 원자재들의 수입을 줄이는 국가들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며 “이번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향후 미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벌크사업은 철광석·석탄 같은 광물이나 곡물 등을 실어 나르는 드라이(Dry) 벌크와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운반하는 웨트(Wet) 벌크로 나뉜다.
팬오션은 그동안 드라이 벌크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팬오션의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보면 매출의 69%가 드라이 벌크에서 나왔다.
하지만 드라이 벌크 물동량은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단점이 있다.
전체 벌크선 물동량 가운데 철강 생산의 원재료인 철광석과 제철용 석탄 비중은 35%에 이르는 데다 세계 철광석 물동량의 70%가 중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철광석 감산 조치에 들어가 벌크선 운임이 올해 고점을 찍고 내년부터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철강 감산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벌크선 수요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세계적으로 환경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탈석탄 움직임이 일고 있어 석탄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점도 벌크선 업황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안 대표는 이같은 드라이 벌크 수요 악화에 포트폴리오 확대로 대응하고 있어 향후 실적에 버팀목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팬오션은 11월29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인도받아 원유운반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번에 인도받은 초대형원유운반선은 길이 336미터, 폭 60미터 규모로 탈황장치인 스크러버가 탑재된 친환경 선박이다.
안 대표는 원유수송사업에 진출하기 앞서 액화천연가스(LNG)운송사업으로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바 있다. 탈석탄 기조에 따라 LNG 수요가 늘자 LNG 운송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포트폴리오 개척에 나선 것이다.
팬오션은 2020년 12월 이후 LNG선 5척, LNG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선박인 LNG벙커링선 2척 등의 대선계약을 마쳤다.
팬오션 관계자는 “LNG는 특히 친환경에너지로 미래지향적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며 “원유는 친환경 에너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당장 원유 수요를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은 원유 수요가 탄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팬오션은 올해 역대급으로 높은 해운운임에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팬오션은 2021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3282억 원, 영업이익 1913억 원을 거뒀다.
2020년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09.4%, 영업이익은 204.1% 증가한 것이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120억 원보다도 70.8% 늘었다.
팬오션는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2분기 연속 분기별 영업이익 1천억 원을 넘겼다.
실적은 좋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벌크선 운임지수가 등락폭이 큰데다 해운운임이 올해 ‘피크아웃(고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벌크선 운임지수인 건화물운임지수(BDI)는 최근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9일 기준 건화물운임지수는 3343포인트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187.94% 높은 수준이다.
건화물운임지수는 10월7일 5650포인트로 최근 10년 이래 최고 수준을 보인 뒤 11월17일에는 2430포인트까지 급락하는 등 등락폭이 크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철광석 수요 둔화 전망으로 2022년 건화물운임지수는 하향 안정화할 것이다"며 "2022년 이후 건화물운임지수는 2331.9포인트로 예상한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