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이 교보문고, 교보증권 등 계열사들의 디지털전환을 동시에 이끌면서 이들과 시너지를 내는데 힘쓰고 있다.
현재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업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따내는 등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10일 교보생명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들어 계열사와 협력범위를 넓히면서 체질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교보문고의 역할변화가 눈에 띈다. 교보문고는 그동안 오프라인 서점 시장의 절대강자로 여겨졌는데 이제 보유한 지식재산 콘텐츠나 구매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9일 교보생명·교보문고·교보증권 등 교보 3사와 카카오뱅크가 맺은 포괄적 업무협약에서 교보문고는 보유한 고객들의 도서 구매 이력 등 비금융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신 회장은 관련 사업에 교보문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4월 교보생명은 2025년까지 '보험, 그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문화·금융 선도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신 회장은 금융투자와 예술문화사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문화와 금융을 아우르는 독창적 고객경험과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회사가 미래 비전에 '문화'를 포함시킨 일은 이례적이다. 교보문고라는 자회사를 지닌 차별점을 내세우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와 협약 이외에도 교보문고는 11월 말 컴투스, 위지웍스튜디오와 동맹을 맺고 메타버스(가상세계) 영역까지 손을 뻗고 있다.
교보문고가 보유한 콘텐츠 지식재산(IP)을 활용해 메타버스 콘텐츠를 만드는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하게 된다.
컴투스의 메타버스인 '컴투버스'가 2022년 하반기 구축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 시기 이후 본격적으로 교보문고의 메타버스사업 영역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교보생명이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교보문고에 실탄을 마련해준 것 역시 역할을 커질 교보문고에 대한 신 회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교보증권 역시 카카오뱅크와 금융플랫폼을 활용한 협업에 참여하면서 신사업 부문에서 교보생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 11월 말 교보생명과 교보증권은 '교보신기술투자조합 1호'를 조성하기도 했다. 펀드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로 향후 8년간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투자규모는 총 2천억 원으로 출자자(LP) 교보생명이 1750억 원, 위탁운용사(GP) 교보증권이 250억 원을 각각 투자했다.
회사는 처음으로 시도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 펀드결성을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 신성장 동력 확보, 기업가치 증대 등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