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이 대우건설 인수 뒤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흥그룹은 사실상 대우건설 인수를 마무리 지었는데 임직원 처우개선, 부채비율 개선, 경영진 교체, 노동조합과 협의 등 인수 후통합(PMI)작업이 정 부회장의 첫 임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중흥그룹에 따르면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진행한 인수 관련 실무작업을 모두 마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청 등 후속절차를 밟고 있다.
정창선 회장이 대우건설 인수를 전면에 나서 지휘했지만 나머지 후속절차는 정 부회장이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중흥그룹과 KDB인베스트먼트의 대우건설 주식매매계약(SPA)이 체결된 뒤 정 부회장이 기자들과 만나 대우건설의 인수 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 부회장은 “대우건설 경영진 구성과 관련해 고민하고 있고 차기 사장 승진은 내부에서 할 생각이다”며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이 100% 수준으로 내려올 때까지 기존 주주들에게만 배당이 돌아갈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약속했던 내용들을 정 부회장이 주식매매계약 체결 뒤 다시 확인한 셈이다.
정 부회장은 안정적으로 중흥그룹을 이끌면서 대우건설 인수에 정 회장이 집중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사격을 해왔다. 인수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 된 만큼 이제 정 부회장이 전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앞서 올해 초 정 부회장을 중흥건설 사장에서 중흥그룹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대우건설 인수 뒤 후속절차를 준비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약속했던 독립경영, 임직원 고용승계 보장, 부채비율 개선, 임직원 처우개선, 해외사업 확대, 노동조합과 성실한 협의 등을 이행하면서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의 화학적 결합을 무리없이 마무리해야 한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중흥그룹이 인수대금을 무리 없이 마련할 수 있는지, 조직 문화를 융화시킬 수 있을지, 해외사업 경험이 없는 점, 대우건설 주택 브랜드 가치 하락 등에 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흥그룹은 이와 관련해 보수적으로 자금운영을 해왔고 인수대금 2조1천억 원 가운데 1조 원은 그룹 자체 자금으로, 나머지는 진행되는 사업에서 발생할 현금 및 차입을 통해 해결한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알려왔지만 의구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이런 우려를 잠재우고 안정화를 위해 내부에서 경영진을 발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애초 외부 인사 영입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직융합 등을 고려해 내부 인사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 안팎에서는 김창환 신사업본부장 전무와 백정완 주택사업본부장 전무 가운데 한 명을 차기 사장의 유력한 후보로 바라보고 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하며 주택사업 강화뿐 아니라 신사업·해외사업도 중점적으로 키우겠다고 한 만큼 두 사람이 적합한 후보라는 말도 나온다.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는 2022년 6월까지다. 아직까지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도 최근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현 경영진 거취는 새 주주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투자금융(IB)업계와 건설업계에서는 대우건설 지분 50.75%의 대부분을 중흥토건에서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중흥그룹은 크게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으로 구성돼 있다. 중흥건설은 정 회장이 지분 76.7%를, 정 부회장이 10.94%를 쥐고 있다. 중흥토건 지분은 정 부회장이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9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거래 종결일은 2022년 2월15일로 예정됐다”며 “최대주주는 중흥토건 또는 중흥건설로 변경될 것이다”고 공시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흥토건에서 대우건설 지분을 모두 인수하지 않더라도 중흥건설과 9대1 정도 수준으로 나눠가질 가능성이 높다”며 “인수하는 지분의 대부분을 중흥토건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로 재계순위가 47위에서 21위로 뛰어 오르게 된다. 국토부에서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대우건설의 시공능력을 단순 합산으로 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 이어 3위가 된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대우건설 지분인수 관련 구조와 최종 인수가격 등 내용에 관해서는 비밀유지 협약에 따라 말하기 어렵다”며 “구체적 사안은 이르면 일주일 뒤에 발표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