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장경태 정당혁신추진위원장에게 '국민 의견을 더 반영해 달라'는 제안을 담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와 민주당이 낮은 자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몸을 최대한 낮추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집권여당에 실망한 국민의 마음을 돌려 지지층을 넓히기 위함이다. 다만 반성의 태도와 함께 이들을 확 끌어당길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해 보인다.
이 후보는 9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국민께서 느끼기에 많은 의석을 갖고 당면한 과제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처리해줄 것이라 기대했는데 기대치에 충분히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당혁신추진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에게서 제안을 받아 혁신 과제를 선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평균 연령 40대 초반의 22명 위원들로 꾸려졌다.
그는 국민들의 의사가 기민하게 정치에 반영되는 정당, 당내 민주화가 이뤄진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출범해 많은 비판을 받았던 위성정당 역시 강하게 비판하며 대의민주주의 체제가 다시 후퇴해버렸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깊이 성찰하고 또 반성하고 또 부족한 점을 메워서 새로운 출발을 해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드디어 민주당이 변하는구나, 이전과 달리 새로운 모양으로 거듭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혁신위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논의, 의제제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8일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의원들과 현재 민주당 원내대표가 모여 '문재인 정부 5년, 선진국 대한민국 무엇을 해야 하나' 공개토론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부동산 정책 실패부터 부진했던 검찰개혁, 인사문제 등에 관해 사과했다.
우상호 의원은 "야당 시절보다 여당 시절 민주당은 더 폐쇄적이었다"며 "정당이 의석 수가 많아지면 힘이 세 보인다. 힘이 셀수록 겸손했어야 했다"고 반성했다.
홍영표 의원도 "내부적으로 소통하고 인내심 갖고 대화, 타협하고 이런 것들을 좀 더 해야 한다는 것은 앞으로 저희가 자성하고 고쳐나가야 한다"면서도 "정치제도의 근본적 변화 없이 이런 게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연일 이른바 반성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한때 민주당을 지지했다 지금은 '안티 민주당'으로 돌아선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다.
이들은 민주당을 향해 기득권 정당, 거대 의석수로 정책에 실패한 정당, 내로남불 정당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후보의 몸 낮추기는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되는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윤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히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 속도는 더디고 40% 고지는 아직 멀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후보가 반성행보를 이어가는 것과 별개로 노무현 대통령이 유권자 시절 내놓은 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처럼 유권자들을 확 끌어당길 결정적 한 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후보의 대표 브랜드였던 기본시리즈는 사실상 유야무야되는 분위기다. 과감하게 내밀었던 '13조'는 '
윤석열의 50조', '
김종인의 100조'에 밀렸다.
여기에 옳은 길이지만 국민이 원하면 하지 않겠다고 실용주의 노선을 택하며 각종 공약들도 철회 아닌 철회를 해버려 주목도가 떨어진 것도 있다. 실용주의 노선의 양면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매타버스 프로젝트를 통해 박스권 탈출을 위한 한 방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생현안을 직접 듣는 과정에서 '한 방 공약'의 청사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괴력이 큰 공약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이 후보 캠프의 고민일 것으로 보인다. 자칫 엉뚱한 공약을 내놨다가는 역풍을 맞아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어떤 공약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느 시점에 내세울 것인지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 후보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이제 양당 후보 모두 스타트라인에 선 것이라며 아직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9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와 인터뷰에서 "(지지층을) 양쪽이 30%씩 가지고 지금 스타트라인에 선 것이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중도층이 한 10%정도로 여론조사에서 표현되고 있지만 이는 변화 가능성이 있는 10%다"며 "후보와 당이 미래를 어떻게 끌고 나갈지에 대한 미래 아젠다, 비전경쟁이 핵심요지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