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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임원인사 소프트웨어분야 약진, 이재용시대 중심축 바뀐다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1-12-09 14: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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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022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강도 높은 세대교체를 추진하며 젊은 임원들의 발탁승진을 확대했는데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등 하드웨어 이외 분야에서 다수의 임원 승진자를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미래 사업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제조업 중심 조직문화의 한계를 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임원인사 소프트웨어분야 약진,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용</a>시대 중심축 바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는 9일 198명 규모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세대교체 가속화와 다양성 강화를 통해 최고 기술회사로 도약하는 데 추진력을 더했다고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가 임원 승진에 필요한 연한을 폐지하는 새 인사제도를 도입한 데 따라 젊은 나이의 발탁승진자가 대폭 늘었다.

이번에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한 40대 부사장 승진자와 30대 신임 임원들을 보면 대부분 제조업 영역이 아닌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관련된 기술 전문가라는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제조업 인력이 중심이던 삼성전자의 임원 구성에 변화를 주고 인공지능과 사용자경험(UX) 등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임원에 이전보다 힘을 실었다.

삼성전자 이번 임원인사에서 40대 부사장 승진자 8명 가운데 5명이 소프트웨어 기술 전문가로 분류된다.

스마트TV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고본준 VD사업부 S/W랩장,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는 김찬우 삼성리서치 스피치프로세스랩장,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책임지는 박찬우 생활가전사업부 IoT비즈그룹장, 폴더블 스마트폰 사용경험 개발을 맡은 홍유진 무선사업부 UX팀장 등이 포함된다.

30대 임원 승진자 4명 가운데 2명이 TV콘텐츠 자동분석 및 최적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소재민 상무, 보안솔루션 전문가인 심우철 상무 등 소프트웨어 분야 기술인력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예년과 달리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등 분야의 인재 발탁승진을 확대한 것은 삼성전자에서 장기간 자리잡았던 제조업 중심의 인력 구조와 그에 따른 기업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자체 생태계 경쟁력을 앞세워 하드웨어 분야로 진출을 확대하는 글로벌 대형 IT기업에 대응하려면 삼성전자도 결국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강점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미래 핵심 신사업인 메타버스(3차원 인터넷 가상세계)나 커넥티드카(통신망에 연결된 차량) 등에서 성장 기회를 찾으려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차별점을 갖춰내야만 한다.

삼성전자의 조직문화를 제조업 중심의 한계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는 스마트폰과 가전사업부문을 세트사업부문으로 합치도록 하는 이번 대규모 조직개편 방안에도 반영됐다.

제품의 유형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및 사업조직을 나누는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모바일기기와 가전제품 등이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적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자체 개발한 타이젠 운영체제와 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해 모바일과 스마트폰 사이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확대하는 데 힘써왔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세트부문이 하나로 통합하면 제품 연구개발과 출시 단계부터 더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어 삼성전자 생태계 중심의 사업전략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다.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세트사업에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개발을 책임지는 임원들이 대거 승진해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게 된 만큼 이런 변화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의 이런 조직개편이 메모리반도체에 지나치게 실적을 의존하는 위기에서 벗어나고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이 부회장의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투자은행 CLSA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스마트폰과 가전사업 통합은 삼성전자가 다양한 소비자 대상 제품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겠다는 큰 그림을 보여주는 예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부회장이 이처럼 모바일과 가전사업에서 큰 폭의 변화를 예고한 만큼 글로벌 IT기업과 같은 생태계 중심의 사업구조 구축에 힘이 실릴 공산이 크다.

최근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서 구글과 아마존, MS와 버라이즌 등 대형 IT기업 CEO들과 만났던 만큼 이들에게 조언을 듣고 삼성전자 임원인사에 반영했을 가능성도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애플과 같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한 성장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하드웨어 경쟁력 강화에만 주로 집중해 왔던 삼성전자의 기업문화와 사업전략을 바꿔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직 삼성 임원의 말을 인용해 “이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전 회장과 비교할 때 변화에 매우 조심스럽고 보수적 성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번 삼성전자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과감한 변화의 첫 발을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중심의 사업전략을 본격화한다면 애플 등 경쟁기업과 생태계 경쟁을 시작하고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따라잡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및 가전업체와도 차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임원인사에서 향후 주요 경영진으로 성장 가능한 임원을 중심으로 승진을 결정했으며 이들이 미래 CEO 후보군으로서 경험을 늘리고 경영자의 자질을 키우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년부터 진행될 사장단인사부터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가들이 사장급 경영진에 오르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 출신의 인공지능 전문가를 영입하거나 해외 소프트웨어기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에서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연구소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를 방문해 미래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등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해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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