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자동차 인수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지원 불가' 입장을 유지하면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으로서는 쌍용차 구주 인수가격을 최대한 낮춰 운영자금을 추가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다만 인수가격 조정 범위가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8일 에디슨모터스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쌍용차 인수 절차가 예상보다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서울회생법원에 쌍용차 인수가격과 관련해 조정 요청을 하면서 올해 안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본계약 협상이 늦춰지게 됐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정밀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제부터 본계약을 위해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예상보다 많은 부실이 발견돼 인수가격 조정 요청을 했다”며 “정밀실사에서 부실이 발견된 만큼 쌍용차 인수를 무리하게 서둘러서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인수가격 조정을 요청한 데 따라 본계약 체결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회생법원이 기존에 체결한 구속력이 있는 양해각서에 따라 인수가격 조정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데 2주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9월 입찰에서 구주 인수가격으로 3100억 원을 써내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쌍용차와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서울회생법원에 이행보증금으로 매각대금의 5%인 155억 원을 납입했다.
물론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인수가격 조정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본계약까지 순조롭게 추진될 수 있다.
특히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인수가격을 낮추더라도 쌍용차 인수 및 운영을 위해 마련하기로 한 전체 자금조달 규모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관계자는 “우리가 조달할 자금총액은 8천억 원으로 정해져 있고 구주 인수자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쌍용차에 넣겠다는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며 “다만 추가 부실을 발견한 만큼 구주 인수자금 3100억 원에서 해당 부분은 삭감을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삭감해주는 만큼을 쌍용차에 추가 투입해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가격 조정이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원하는 만큼 이뤄지지 않을 때에는 이를 명분으로 에디스모터스 컨소시엄이 결국 쌍용차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매각이 무산돼 쌍용차가 청산되더라도 생산설비 등 필요한 청산 자산만 매입하고자 나설 수 있으며 지불한 이행보증금에 대해서는 반환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 매각의 향방은 과거 산업은행이 2018년과 2021년에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한 사례에 비춰 짐작해볼 수 있다.
물론 대우건설 매각의 주체는 산업은행(2021년은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이고 현재 쌍용차 매각의 주체는 서울회생법원이라는 점은 다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서 쌍용차 매각에서도 채권단 동의 등 절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시선이 많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처음 진행했을 때인 2018년 1월에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각이 불발됐다.
이때만 하더라도 산업은행은 인수를 처음 진행한 데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부실 문제로 기업가치가 떨어진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고 적정한 값을 받기 위해 매각을 밀어부치지 않았다.
2021년 6월 진행된 대우건설 매각에서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중흥건설이 인수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재입찰을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졌다.
중흥건설은 처음 입찰에서 매각 가격을 2조3천억 원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이후 가격을 조정하지 않으면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자 KDB인베스트가 재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흥건설 컨소시엄은 7월 열린 재입찰에서 기존 가격보다 2천억 원 낮은 2조1천억 원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산업은행으로서는 재매각을 추진하기까지 2년여 동안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높인 데다 2번째 매각마저 실패하면 안된다는 점을 고려해 한발 물러섰던 것으로 보인다.
에디슨모터스도 산업은행의 이런 '과거'를 보면서 인수가격 조정 가능성에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산업은행이 다른 인수자를 찾을 수도 있다.
대우건설뿐 아니라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매각할 때 단번에 성사시키지 못하고 재수 끝에 이룬 사례도 있다.
산업은행은 앞서 2020년 아시아나항공을 HDC그룹에 넘기려다 실패한 뒤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