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낸드사업 영업흑자 전환과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지렛대로 삼아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낸드사업 성장세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전장(자동차전자장비)사업에서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 흑자를 앞당기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신설한 투자법인 SK스퀘어가 지분투자한 관련기업과 시너지를 키워 성장동력으로 삼은 메타버스 플랫폼분야를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KT는 자체 금융 계열사뿐 아니라 외부 대형 금융회사와 협력을 통해 금융 및 핀테크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전자>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당분간 메모리반도체보다는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에서 분주하게 움직일 공산이 크다.
우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을 들여 새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새로 지을 미국 파운드리 공장은 기존 오스틴 공장과 달리 첨단공정으로 건설된다.
삼성전자는 첨단 새 파운드리 공장을 앞세워 퀄컴, AMD, 엔비디아 등 미국 대형 시스템반도체 고객사를 늘리는 데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이미 고성능 스마트폰용 차세대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1세대 제품 전량을 삼성전자에서 양산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 반도체기업 사이에서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파운드리분야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최대고객사인 애플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면서 다른 고객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외국언론 보도가 나온다.
더구나 TSMC가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첨단 공정이 애플 중심으로 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시스템반도체 첨단 공정기술에서 유일하게 TSMC에 맞설 수 있는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삼성전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 외에도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레거시(legacy) 공정 기반의 생산라인 증설도 추진해 시스템반도체사업 외형 성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나빠진 업황에 대응하고 있다.
생산성 높은 미세공정 제품과 고부가 서버용 제품의 비중을 높이는 대신 구형 생산라인은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생산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별다른 증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시장점유율이 낮아질 위험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움직임의 영향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은 다소 줄어드는 반면 서버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해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내년 하반기부터는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의 겨울이 애초 예상보다는 길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스마트폰 분야에선 다음 플래그십 제품 갤럭시S22 시리즈의 흥행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폰아레나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4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의 수율(전체 생산에서 양품의 비율)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갤럭시S22에 탑재할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2200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이다.
더구나 퀄컴의 다음 플래그십 AP 스냅드래곤898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는다면 갤럭시S22 시리즈의 판매흥행 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4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을 얼마나 빨리 안정화하느냐는 스마트폰 사업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본궤도에 오른 낸드플래시 사업을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미국사업을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해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인텔 등 미국 반도체기업에서 근무하며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앞두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인텔 낸드사업부는 서버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분야에서 구글과 아마존 등 대형 고객사와 긴밀한 영업망을 구축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이후 처음으로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도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장이 미국사업을 직접 챙기며 미국 낸드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성장세에 한층 더 탄력을 붙일 수 있게 된다.
다만 중국을 향한 미국의 견제로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에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D램 생산라인에 극자외선 EUV장비를 반입하려는 계획을 두고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LG전자
LG전자는 전장(자동차전자장비)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다만 전장사업을 맡은 VS사업본부의 흑자전환 시점을 예상하기가 현재로선 쉽지 않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2016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흑자에 목마를 수밖에 없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자동차산업 업황 회복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 점에서 LG전자가 당분간 날로 중요성이 커지는 인포테인먼트(차량 내부의 디지털 정보전달장치)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다양한 전장부품을 생산하지만 특히 증강현실(AR) 소프트웨어솔루션의 사업화를 추진하는 등 인포테인먼트사업과 관련해 최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인포테인먼트장치와 증강현실 소프트웨어를 함께 패키지로 완성차회사에 공급해 왔는데 소프트웨어를 별개의 제품으로 사업화하면 완성차회사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LG전자가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하드웨어 수준 만큼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소프트웨어 수요가 하드웨어 수요로, 하드웨어 수요가 다시 소프트웨어 수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LG전자는 올해 연말인사에서 VS사업본부장을 교체하며 사업을 빠른 시간 안에 안정적 영업흑자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LG전자는 전장사업에서 계열사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세계 3위 자동차부품회사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해 강력한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강력한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전기차에서 애플과 협력한다면 전장사업의 성장세가 한층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LG전자는 올해 기준 세계 올레드TV 시장에서 60%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삼성전자도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초대형 제품을 선보여 시장 수성과 수익성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기
삼성전기는 고수익 사업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이익체력을 키워 왔다. 꾸준히 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유지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마련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에 더해 삼성전기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데이터서버 등에서 사업을 더욱 확대할 기회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의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애플과 메타(옛 페이스북) 등을 뒤따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 메타버스 관련된 하드웨어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사들의 메타버스 하드웨어 경쟁에 참전한다면 핵심부품인 카메라모듈에서 기술력을 갖춘 삼성전기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확장현실기기는 사용자가 착용한 기기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주변 상황을 신속하게 인식하고 주변 사물의 거리와 특징, 형태 등을 빠르게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 성능이 매우 중요하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와 함께 확장현실기기용 디스플레이 전문기업 디지렌즈에 함께 투자해 기술력을 더욱 강화하기도 했다. 거리측정센서(ToF모듈)에도 진출해 메타버스 하드웨어분야에서 더 큰 기회를 노리게 될 수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1월 미국 출장을 계기로 세계적 클라우드기업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이 확대되면 삼성전자의 서버용 반도체뿐 아니라 삼성전기의 서버용 고부가 반도체기판 사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퀄컴이 PC용 CPU(중앙처리장치)시장 진출을 가시화하면 삼성전기도 반도체기판 사업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다.
◆ LG이노텍
LG이노텍이 서버용 CPU, 자율주행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FC-BGA 반도체기판 분야에서 선발주자인 삼성전기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FC-BGA는 서버용 CPU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기판이다. 앞으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모바일 컴퓨팅, 자율주행 등 신산업의 발전이 가속화하면서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대형 IT기업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공급능력을 갖춘 기업은 세계에서 삼성전기 등 일부 기업에 불과해 장기간 호황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애플은 자체개발한 PC용 ‘M1’ 프로세서에 FC-BGA기판을 사용한다. 최근 맥북과 아이맥, 아이패드 등 다양한 제품에 M1 탑재를 확대하면서 FC-BGA기판 수요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앞으로 애플이 내놓을 자율주행 전기차에도 FC-BGA기판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등에서 애플을 든든한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어 반도체기판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애플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확장현실(XR) 헤드셋을 내년 하반기 선보일 예정인데 LG이노텍이 거리측정센서에서 수혜를 볼 가능성이 나온다.
◆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대형LCD(액정표시장치)디스플레이사업에서 철수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업체와 원가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LCD디스플레이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LCD패널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사업 철수의 고삐를 잠시 늦추는 모습을 보였는데 LCD패널 가격은 하반기 들어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더구나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프리미엄TV 시장에서 퀀텀닷올레드TV(QD-OLEDTV)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가 주도하는 올레드TV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13조 원을 투자해 기존 LCD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퀀텀닷올레드 디스플레이 양산에 나서게 된다. 퀀텀닷올레드 디스플레이는 QD(퀀텀닷)컬러필터기술이 적용된 TV용 올레드패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 올레드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량을 이른 시간에 확대하고 수율도 안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 올레드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을 얼마나 빨리, 안정적으로 확대하느냐는 삼성전자의 내년 올레드TV에서 LG전자를 추격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통신>
◆ SK텔레콤
SK텔레콤이 존속법인 SK텔레콤과 신설법인 SK스퀘어로 분할된 뒤 11월29일 코스피시장에 재상장됐다. SK스퀘어는 기존 SK텔레콤 아래 플랫폼 자회사들을 거느리면서 IT분야 투자법인 역할을 맡는다.
SK스퀘어는 재상장 첫날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에 투자해 2대주주에 올랐다. 또 카카오 계열 3D 디지털인간 제작사 온마인드에도 투자해 카카오의 게임개발사 넵튠과 함께 최대주주가 됐다.
이는 SK텔레콤이 분할 뒤 성장동력으로 삼은 메타버스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빗은 대체불가토큰(NFT) 거래 플랫폼과 메타버스 가상자산거래소를 갖고 있는데 SK텔레콤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와 연계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이프랜드는 아직 뚜렷한 수익모델이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코빗의 가상자산 플랫폼 노하우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이프랜드 전용 가상화폐 개발과 상용화 계획 등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플랫폼과 함께 5G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클라우드게임 플랫폼 등 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KT
KT가 최근 실행한 연말 조직개편을 계기로 금융 및 핀테크사업 전담조직을 강화했다. 상품 및 서비스 기획과 개발을 일원화해 사업화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KT는 BC카드와 케이뱅크 등 KT 금융계열사뿐 아니라 신한금융그룹을 비롯해 우리금융그룹, IBK기업은행 등 외부 대형 금융회사나 핀테크기업을 협력사로 끌어들여 금융업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KT가 외부 금융회사들과 손을 잡는다면 자체적으로 보유한 통신데이터와 디지털 기술력을 협력사의 금융데이터 등에 융합해 구상할 수 있는 사업범위가 훨씬 넓어져 KT의 디지털플랫폼 전문기업 전환도 더욱 앞당길 수 있다.
디지털플랫폼 전문기업 도약을 위해 KT는 데이터센터(IDC)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데이터센터(IDC) 추가 설립과 다른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시설을 임대해 KT의 서버운용기술 및 네트워크를 적용하는 방식을 병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클라우드업체들이 데이터센터 내 전용회선과 서버를 이용하는 대신 필요에 따라 데이터센터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첨단기술을 활용해 국내 데이터센터 분야 선두자리를 다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가 특정 고객층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사업전략을 메타버스 신사업에서도 적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이 네이버 제페토를 추월해 국내 메타버스 시장 선두를 노리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동안 LG유플러스는 어린이용 동영상 플랫폼 '아이들나라'와 아이돌 팬덤용 콘텐츠서비스 '아이돌라이브' 등 특정 고객층의 수요를 노린 콘텐츠로 가입자와 실적 확대에 도움을 받았다.
이에 어린이와 아이돌 팬덤, 대학생과 직장인 등 다양한 고객층의 수요에 맞춘 여러 메타버스 플랫폼을 출시하는 전략을 통해 콘텐츠사업에서 성과를 냈던 전략을 재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타버스 시장은 성장잠재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유플러스가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메타버스 기반 콘텐츠시장의 개막 초기에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은 비슷한 관심사와 특징을 갖춘 고객들의 소통에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아이돌 팬덤과 같은 고객층에 인기를 얻는다면 신규고객 유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공산도 커진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