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쌍용자동차 인수에 나서고 있는 에디슨모터스를 향한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이 쌍용차에 지원 의지를 사실상 접고 청산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추진되면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쌍용차 지원 의지가 크게 낮아졌다는 시각이 커진다.
이 회장이 에디슨모터스의 사업계획에 의구심을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11월30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설명회에서 내놓은 발언이 이런 의견을 뒷받침한다.
이 회장은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전기차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며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을 들었다.
이 회장은 “현대차는 2025년까지 100조 원, 폴크스바겐은 62조 원을 투자한다”며 “에디슨은 500억 원으로 차량개발이 가능하고 내년부터 전기차 10종을 출시한다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고 부정적 시선을 보였다.
특히 이 회장은 에디슨모터스를 향해 공신력 있는 3자로부터 재무와 기술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아보라고 조언하고 자금, 기술, 비전, 경영능력 등 4가지를 검증해 시장을 설득하라고 말하는 등 거리를 뒀다.
이 회장은 “에디슨과 일체의 대화가 오간 적이 없으며 에디슨이 산업은행 대출 없이도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 계획대로 하길 바란다‘며 ”시장에서 회생할 수 있다면 최선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는 11월30일까지 쌍용차 정밀실사를 마치고 본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간다. 법원에 회생계획안 제출은 12월 말로 예상되나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려면 채권단 3분의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에디슨모터스의 회생계획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생계획안 인가는 쉽지 않다.
채권단 동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강제인가하는 방안도 있다. 당장 쌍용차만 해도 2009년 법정관리 당시 법원의 강제인가로 회생절차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만 2009년에는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3천억 원 이상 웃도는 상황이었다. 해외채권단이 회생계획안에 반대하긴 했으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먼저 법원에 강제인가를 요구했다.
이번에는 쌍용차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오히려 3천억 원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산업은행까지 부정적 태도를 나타내는 만큼 법원이 강제인가를 할 가능성은 과거 사례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이 회장 역시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쌍용차 인수후보인 에디슨모터스에 선을 긋는 것은 사실상 이미 쌍용차 청산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존재한다.
이 회장은 온라인 설명회에서 “이 어려운 기업을 살리려면 실행가능한 발전방안이 있어야 한다”며 “검증이 되지 않는다면 실행 불가능한 방안이라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단 쌍용차가 청산되면 고용 등 경제에 미칠 충격이 적지 않을 수 있어 이 회장으로서도 부담이 없지 않다. 2월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은 “고용문제를 고려하면 쌍용차를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동걸 회장과도 큰 틀에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전에 구조조정 기업을 매각할 때 단번에 매각이 성사되지 못하고 재수 끝에 뜻을 이룬 일이 많다.
쌍용차는 산업은행이 아닌 법원이 매각주체가 되고 있어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는 새 인수후보가 등장한다면 이 회장이 다시 매각에 협조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HDC그룹에 매각하려다 실패하자 대한항공에 매각했다. 대우건설도 호반건설 매각이 한번 무산된 후 중흥건설에 넘기기로 했다. 전임 회장이 추진하다 실패한 금호타이어 더블스타 매각도 다시 성사시킨 사례가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