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경영권 인수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에 경영권을 매각하겠다며 조건부 약정을 체결하면서 한앤컴퍼니와 홍 회장 사이 분쟁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23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남양유업 지분인수와 관련한 다툼이 길어지면서 국내 대표 사모펀드운용사인 한앤컴퍼니의 평판에 흠집이 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뢰가 중요한 사모펀드업계 특성상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평판을 지킬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와 홍 회장 사이의 법적 공방 자체는 한앤컴퍼니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한앤컴퍼니는 홍 회장과 맺은 주식 양수도계약(SPA)이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은 데 따라 홍 회장 등 대주주 일가를 상대로 주식매각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더불어 홍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을 제3자에게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자등록주식 처분금지 가처분신청과 보유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가처분신청도 제기했다.
한앤컴퍼니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이 모두 재판부에서 인용됐다. 홍 회장 등은 법적 분쟁이 해결되기 전까지 보유지분을 매각할 수 없으며 의결권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가 가처분신청을 두고 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준 만큼 계약 이행촉구 소송에서도 한앤컴퍼니에게 승산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사장이 중간에 남양유업 인수를 포기하지 않고 소송을 끝까지 진행한다면 법적 공방 끝에 결국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을 품에 안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소송이 2~3년 정도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은 한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이 길어지는 동안 남양유업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고 자금이 장기간 묶여 사모펀드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사모펀드 운용사로서 가장 중요한 평판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국내 유제품시장에서 점유율 2위의 공고한 시장지위를 확보해왔다. 하지만 대리점 밀어내기 논란과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사건 등 잇단 논란에 휩싸이며 기업이미지는 추락했고 매출기준 시장 2위 사업자 자리도 매일유업에 내줬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경영권을 확보한 뒤 기업가치를 높여 비싼 값에 되팔아 수익을 내야 한다.
분쟁이 길어지면 그만큼 남양유업을 되팔 수 있는 시기도 늦춰지고 지분 매입대금도 묶이게 된다. 묶인 자금을 운용해 올릴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하는 것으로 기회비용도 발생한다.
한 사장으로서는 남양유업 지분 인수거래를 최대한 빠르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홍 회장은 그동안 지분매각을 위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앤컴퍼니와 거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빠른 거래종결을 위해 한 사장이 홍 회장과 선행조건을 두고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떠오른다.
최근 홍원식 회장 등 남양유업 대주주는 보유지분을 대유위니아그룹에 매각하는 조건부 약정을 맺었다. 한앤컴퍼니와 벌이고 있는 소송에서 승소하게 되면 대유위니아그룹에 보유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이 약속한 매각대금은 3200억 원으로 한앤컴퍼니가 납입하기로 했던 3107억 원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를 두고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와 다시 협상하기 위해 대유위니아그룹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