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후보가 모든 국민 재난지원금, 대장동 특검 등 정국현안에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불장군 이미지를 벗고 실용주의와 유연성을 내세워 지지율 정체국면의 돌파를 시도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19일 대전시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방문해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후보의 모든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철회 결정을 두고 실용적 판단이라는 평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생현안에 유연하게 실용적으로 대처해 타협점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앞서 이 후보는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야당의 비판을 물론이고 당정 갈등까지 불사하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정책을 밀어붙였던 태도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이 후보는 “지원의 대상과 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지금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두텁고 넓게 그리고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 후보의 입장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인적으로는 이 후보가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면모를 보면서 생각보다 굉장히 유연하고 실용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현장에서 경험한 게 이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어 "이 후보가 재원과 관련된 보고를 받은 뒤 고집하지 않고 남은 초과세수를 급한 현장에, 소상공인들에게 합의해 쓰고 싶은 마음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최지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역시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런 게 이재명 후보의 장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뭐가 더 도움이 되는가, 일이 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이렇게 굉장히 목표와 실용 중심적이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대통령이 된 다음 추경을 편성해도 되는데 당장 야당이 찬성하는 소상공인 지원, 지역경제 활성화, 여기부터 선별지원하자는 카드를 쓴 것”이라며 “이게 신의 한수”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야당이 요구해온 '대장동 특검'을 두고 수용할뿐 아니라 거꾸로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18일 공개된 뉴스1 인터뷰에서 “곧 검찰의 중간수사결과가 나올 텐데 특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겠나”며 “제가 특검을 강력히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은 시간낭비라고 강하게 거부했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니다.
물론 이 후보가 재난지원금이나 대장동 특검을 두고 완전히 물러서 백기를 든 것은 아니다.
그는 18일 SNS를 통해 모든 국민 재난지원금 입장 철회를 밝히면서도 "재원은 충분하며 추후에 검토해도 된다"고 했다. 지역화폐는 올해보다 더 발행해야 하고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액도 상향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윤석열 후보도 50조 원 내년도 지원을 말한 바 있으니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며 “오늘이라도 당장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신속한 지원안을 마련하길 촉구한다”고 적었다.
대장동 특검에서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연루된 의혹도 수사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한 발 양보하면서도 동시에 윤 후보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 후보의 이런 태도 변화를 놓고 일각에서는 정체된 지지율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30%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 이른바 박스권을 뚫고 나오기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재난지원금 반대와 특검 찬성여론이 높게 나온다.
여기에 모든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서는 여당뿐 아니라 기획재정부라는 산을 넘어야 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도 있다.
이 후보가 거듭 기본소득 공약 등을 강조하면서 독불장군 이미지가 형성돼 측면도 있어 이런 타협을 결심했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오랜 행정 경험 속에서 실용주의 노선을 걸어왔으며 이번 결정은 특별한 변화가 아니라고 한다.
이 후보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권 대학언론엽합회 초청 간담회에서 기본소득 공약을 두고 "새롭게 시작한 일이어서 반대도 비난도 많다"며 "부분적으로, 소액으로 시작해 국민들이 동의하면 늘려가고 동의하지 않고 효율성도 증명되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고 말했다. 보편복지라는 '이념'이 아니라 국민 동의를 기반으로 조금씩 접근하는 실용주의적 태도로 보인다.
이 후보의 행보가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지 여부는 전망이 엇갈린다.
논란만 키우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물러났다는 시선도 있고 언제나 민생을 앞세운다는 긍정적 반응도 교차한다. 재난지원금 지급과 대장동 특검 모두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할 사안인 만큼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 유권자들은 계속 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