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근 기재부와 벌어진 갈등이나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와 관련된 소문 대응 과정에서 민주당 선대위가 제구실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가 앞장서 정책 이슈를 던지지만 선대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뒷북만 치는 모양새가 잇따르고 있다.
이 후보는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해 "현장을 모른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15일 선대위 회의에서 "다수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현장 감각도 없이 국민이 낸 세금과 맡긴 권한으로 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선대위를 두고 "(국민들의 기대가) 실망으로 변질되고 있는 느낌이다. 기민함이 좀 부족하지 않나"며 직접 답답함을 전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직격탄을 던진 뒤에야 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까지 국가재정은 운영해 오면서 이렇게 통계가 어긋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며 "의도가 있었다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모든 국민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둘러싼 정부 재정정책을 두고 사전에 후보와 당이 '조직적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후보가 던진 이슈를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여기에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는 바람에 불필요한 야당의 공세까지 자초했다.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의 낙상사고을 놓고는 선대위의 늦은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낙상사고가 아닌 이 후보의 폭행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이 후보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반박했지만 선대위가 조직적으로 발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서 소문은 이미 거의 모두 퍼져버렸다.
당시 각종 온라인 창구를 통해 루머가 확산됐지만 선대위는 당일 오후 늦게야 사실관계를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허위사실 유포자를 찾아 고발접수하고 김씨의 낙상사고 당시 119신고전화 녹취록, CCTV영상, 진료기록 등을 공개했지만 초기 진화에 실패해 일을 키웠다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당 전체가 참여하는 매머드급 선대위보다 경선캠프가 더 민첩하고 생동감 있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 내 의원들을 대거 투입해 선대위를 구성하며 주목을 끌기는 했지만 컨트롤타워가 없어 선대위 구성원들이 역할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대위 상임위원장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임총괄선대본부장을 각각 맡고 있다.
애초부터 이재명 후보와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는 화학적 결합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테면 모든 국민 재난지원급 지급문제를 놓고도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낙연 전 대표 등은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여러 예비후보들뿐 아니라 당내 상당수 의원들도 기본소득정책 등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구원투수'로 이해찬 전 대표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 후보가 17일 오후 이 전 대표와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다는 보도도 나왔다. 두 사람이 만나게 된다면 지지율 정체, 선대위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전 원장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영입인재·비례대표 의원모임 주최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에 확실한 컨트롤타워, 책임과 권한이 모호하다. 비효율적 체제를 빨리 개선해야 된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은 컨트롤타워에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두고는 "새롭게 선대위 구성을 달리하는 게 굳이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용광로 선대위가 가고 있는데 제가 꼭 나서야 하냐는 생각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선대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역할분담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중구난방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하나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게 전담해야 한다"고 역할분담의 필요성을 들기도 했다.
이 밖에 경선캠프 때부터 함께 했던 측근인사의 전진배치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원톱'으로 구성된다면 양쪽 선대위의 경쟁에서 효율성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