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로휴직과 창업지원휴직 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
두 회사는 직원들의 창업과 휴식을 지원하는 제도라고 설명하지만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인력 감축의 목적도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오른쪽). |
14일 보험업계 안팎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재정 건전성 확보와 비대면 가속화에 대응해 인력 감축에 나설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2023년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방식이 기존 원가평가에서 시가평가로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을 확충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불필요한 인력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3월 미래에셋생명은 2018년 이후 3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아 30여 명이 퇴사했다. 6월 KB손해보험은 2019년 이후 2년 만에 희망퇴직을 진행해 1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게다가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보험 서비스가 비대면과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면서 불필요한 인력을 조정할 필요성도 커졌다.
최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1월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로휴직과 창업지원휴직 대상자 모집에 나서면서 두 회사도 인력 감축에 따른 고정비 절감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시선이 나왔다.
삼성생명은 6개월에서 1년가량 휴직한 뒤 업무에 복귀하는 공로휴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근속 20년차 이상을 대상으로 기본급만 받고 휴직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공로휴직은 직원이 원할 때 휴직을 신청하고 휴직기간이 끝나면 본래 소속으로 복귀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자유의사에 따라 신청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도 2년 동안 창업을 위해 휴직을 할 수 있는 창업지원휴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근속 10년 이상 또는 만 40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으로 휴직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창업을 했다가 안되면 회사로 돌아올 수 있는 제도다”며 “해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운영해왔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이러한 제도가 희망퇴직과는 구별된다고 선을 긋고 있다.
삼성생명은 2011년, 삼성화재는 2012년까지 희망퇴직을 받은 적이 있지만 최근까지 희망퇴직을 공식적으로 받지는 않고 있다.
다만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두 제도를 공식적으로 희망퇴직을 받지 않기 시작한 이후부터 운영해왔다.
제도의 도입 초기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휴직자를 최대한 많이 선발해 인력을 슬림화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에 진행하는 공로휴직은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도 “회사의 창업지원제도를 이맘때쯤 올리면 외부에서 희망퇴직으로 오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공식적으로 희망퇴직을 받지 않고 있지만 연차가 높은 직원 위주로 개별 면담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희망퇴직을 공식적으로 받기 시작한다면 예상보다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스타트업이나 핀테크업체로 이직을 희망하는 사례가 있고 성과급 등 임금이 기대치에 못미치면서 내부 불만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화재는 복수노조의 갈등으로 올해 임금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 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희망퇴직과 관련해 소문이 돌고 있다”며 “인사쪽으로 회망퇴직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