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자동차업계에서 도는 'GM의 한국 생산 철수설'을 잠재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M 본사 2인자로 평가받는 스티븐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GMI(해외사업부문) 사장의 한국 방문에도 전기차 생산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서 한국GM이 앞으로 생산을 접을 수 있다는 시선이 노조를 중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키퍼 부사장은 12일 한국GM이 인천시 부평구 GM디자인센터에서 'GM의 미래 전략과 계획에서 한국 사업장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미디어간담회에서 한국GM 전기차 생산배정 문제를 놓고 선을 그었다.
키퍼 부사장은 "2025년까지 한국에서 출시되는 전기차 10종은 전량 GM에서 수입돼 판매될 것이다"며 "차세대 글로벌 차종인 CUV(크로스오버 차량) 이외에 한국GM에서 추가 제품을 생산할 계획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한국GM으로선 2023년 출시될 것으로 예정된 CUV 신차 물량 외에 전기차를 비롯한 다른 차종 생산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카젬 사장도 내년부터 국내에 쉐보레 브랜드 외에도 GM의 여러 차종을 투입해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생산 측면에서는 경남 창원 공장에서 생산할 CUV 신차 계획만 들었다.
카젬 사장은 “2023년 초로 계획된 글로벌 차세대 크로스오버 차량을 출시해 생산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겠다”며 “창원 공장에 새로운 최첨단 설비들을 설치하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평 공장과 관련한 신차 계획은 따로 내놓지 않았다
이에 자동차업계에선 2018년 GM이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에 남겠다고 약속했지만 약정시기가 지난 이후에 생산을 접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GM이 2035년 이후 전기차만 생산하겠다는 전동화 계획을 내놓은 점에 비춰보면 한국GM의 생산중단 우려가 지속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GM은 2025년까지 40조 원을 투입해 모두 30종의 전기차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2035년 이후에는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전동화 비전을 내놨다.
하지만 한국GM은 이번 GM 부사장의 방한에서도 전기차 배정을 받지 못한 만큼 KDB산업은행이 확보한 비토권(거부권) 행사기간인 2028년 이후에 한국 생산법인 존속에 물음표가 따라붙게 됐다.
산업은행은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위해 2018년 4월 모두 70억5천만 달러(당시 약 7조6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GM 본사와 합의했다.
이 투자를 대가로 산업은행은 17개 특별결의사항과 관련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비토권’을 확보했다.
산업은행과 GM이 맺은 협상에 따르면 한국GM은 17가지 특별결의사항과 관련해서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주총에서 85% 이상 찬성이 뒷받침 돼야한다.
산업은행이 한국GM 지분 17%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산업은행 동의없이는 특별결의사항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셈이다. GM은 한국GM 지분 83%를 쥐고 있다.
이외에도 GM은 최소한 2023년까지 한국GM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며 2028년까진 지분율 35% 이상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기차 생산을 확정 짓지 못해 앞으로 GM의 생산거점으로서 한국GM 역할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미국 정부가 미국 생산, 미국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키퍼 부사장의 발표가 한국GM의 생산시설 폐쇄를 위한 포석이라는 시선도 있다.
한국에 연구개발(R&D) 법인을 남겨두고 한국GM의 생산만 접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국GM은 2018년 연구개발 부분을 떼어내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새로 설립하면서 생산법인과 연구개발(R&D)법인을 분리했다.
생산법인을 철수하더라도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를 통해 연구개발은 이어갈 수 있다. 이번 미디어간담회에서 발표한 연구개발 관련 투자계획을 살펴봐도 연구개발 법인만 남겨둘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한국GM은 전기차 생산에서 배제됐지만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인력충원뿐 아니라 시설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최근 인턴십을 통해 200명 규모의 새로운 인력을 충원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등의 연구개발을 위한 시설투자도 이어가기로 했다.
특히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한국GM과 별개로 GM의 지휘를 바로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GM 생산시설 폐쇄 우려는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더구나 카젬 사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GM의 영업손실이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수입 차량판매에 주력할 공산이 커 보인다.
한국GM는 생산규모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에 놓여 있는데 신차 생산계획까지 없는 만큼 고정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카젬 사장이 한국GM 대표이사직에 취임했던 2017년 이후에도 지난해까지도 한국GM의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GM은 2014년 이후 7년 동안 적자행진을 이어가면서 누적 순손실 규모만 3조4천억 원에 이른다.
올해도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문제로 한국GM의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영업손실을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이번 GM 부사장의 발표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한국GM의 생산물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졌다”며 “앞으로 한국GM 노사관계에서 이 지점이 새로운 갈등요소로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