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이 모멘티브 인수에 ‘3조5천억 원’을 쏟아 넣으며 던진 승부수가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KCC 실리콘사업은 앞으로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어 긍정적이다.
정 회장은 모멘티브를 인수하면서 실리콘을 KCC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건자재기업에서 정밀화학소재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실제 실리콘사업이 KCC 사업영역 확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
실리콘은 방수재료, 접착제 등의 원료로 건축·인테리어 영역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의료, 태양광, 항공산업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쓰인다.
최근에는 전기차, 신재생사업 등 열 관리가 중요한 산업분야에도 적용되면서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다.
KCC도 현재 전기차 관련 기업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CC 관계자는 “실리콘은 석유화학제품 대용으로 만들어진 무기질 첨가제로 탄소가 포함된 석유화학제품과 달리 열을 받아도 타지 않아 전기차, 반도체, 의료 등 다양한 산업영역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이 계속 생기고 있다”며 “전방산업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성장성을 굉장히 좋게 보고 주력사업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 전에도 실리콘사업을 해오기는 했다. 다만 KCC 실리콘사업은 건축용 실리콘 접착제(실란트)가 50% 가까이를 차지했다.
정 회장은 모멘티브 인수로 KCC 실리콘사업의 분야와 시장을 단숨에 넓혔다.
모멘티브는 세계 3대 실리콘기업으로 꼽히며 북미와 유럽을 주력시장으로 한다. 매출처 역시 다양하다.
실리콘은 크게 유기실리콘과 무기실리콘으로 나뉘는데 무기실리콘은 태양광용 실리콘이다. 유기실리콘은 그 외 다양한 분야에 들어가는 실리콘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KCC와 모멘티브는 유기실리콘사업을 하고 있으며 현재 모멘티브는 특정 산업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실리콘이 쓰이는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두루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실생활용품인 로션, 스킨, 샴푸부터 옷, 주사 등 의료용품, 반도체 접착제, 자동차 밸브, 타이어 등과 관련된 많은 기업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모멘티브는 이미 세계 실리콘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한 기업인 만큼 앞으로 전기차, 신재생 관련 산업 등 실리콘이 새롭게 적용되는 분야들에서도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리서치기업 마켓앤마켓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실리콘시장은 2021년 167억 달러에서 연평균 7%씩 성장해 2026년에는 23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CC는 실리콘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실리콘부문에서 모멘티브를 중심으로 한 사업재편을 통해 점진적으로 시너지를 구체화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정 회장은 앞서 2018년 9월 SJL파트너스, 원익QnC와 함께 30억 달러(한화 약 3조5천억 원)에 모멘티브 인수계약을 맺고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KCC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승인 등 절차를 거쳐 2019년 5월 모멘티브 인수를 완료했고 올해부터 모멘티브 실적이 연결 편입됐다.
정 회장은 2021년 1월 KCC의 실리콘부문 계열사들을 모두 모멘티브 아래로 넣은 뒤 비용 최적화와 기술교류, 판매망 확대 등에 나서면서 실리콘사업에 힘을 더 실었다.
KCC는 4월에 3836억 원을 들여 모멘티브 지분을 더 늘리고 지배력을 강화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