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형균 대한전선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구축사업 추진에 맞춰 대한전선의 전력케이블 공급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대한전선이 그동안 여러 협력사를 통해 미국 전력케이블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미국 정부가 노후화된 전력인프라 교체사업에 본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때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9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향후 미국 내 생산법인 설립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시장에서 앞으로 전력케이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생산법인 설립 등 현지시장 진출 확대전략에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대한전선은 현재 전력케이블 생산공장을 한국과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에 두고 있다.
주로 전력케이블 수요가 많은 지역에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해 생산 원가와 물류비 등을 효율화하고 고객사에 원활하게 물량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 하원에서 최근 노후화된 물적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1조2천억 달러(1413조 원)를 투입하는 인프라 예산법안을 통과함에 따라 전력케이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한전선이 미국 현지 생산법인을 설립하면 이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미국 하원은 5일 노후화된 전선, 통신망 등 물적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1조2천억 달러(1413조 원)를 투입하는 인프라 예산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 뒤 즉시 발효된다.
대한전선은 여러 미국 협력사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전력케이블 공급기반을 꾸준히 확대해 오고 있다.
대한전선은 올해 3월 미국 전력회사 PG&E로부터 전력케이블 품질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PG&E에 제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은 5천여 곳이 넘는데 품질 우수기업에 포함된 곳은 3곳 뿐이다.
대한전선이 올해 미국에서 수주한 전력케이블 공급계약은 2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
이미 다양한 고객사 기반을 확보한 만큼 앞으로 인프라법안 시행에 따라 전력케이블 수요가 늘어날 때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춰낸 셈이다.
미국은 나 사장이 2019년 5월 대한전선 대표집행임원에 오른 뒤 적극적으로 시장 확대를 추진해 온 곳이며 대한전선 해외수출물량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이다.
대한전선 미국 법인의 매출 규모는 2018년 770억 원에 불과했는데 나 사장이 대표에 오른 2019년에 1380억 원, 2020년 2070억 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전선 전체 매출에서 미국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4.69%에서 2020년 13%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생산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에서 전력케이블을 생산하고 고객사에 공급하는 체계가 갖춰진다면 실적 증가세에 더욱 탄력이 붙을 공산이 크다.
나 사장은 5월 '뉴 대한 인 호반' 행사에서 "대한전선의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확대 및 생산 현지화를 통해 본업인 케이블사업에서 발전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