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1-11-09 15: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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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이 유럽 등 글로벌 소형모듈원전(SMR)시장 확대에 힘입어 성장기회를 노리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여전히 두산밥캣 등 자회사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소형모듈원전으로 자체사업을 키워 성장동력을 마련하면 두산그룹의 경영 정상화에 기여하는 데 한층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9일 미국 원자력발전 전문기업 뉴스케일파워에 따르면 루마니아에서 유럽 최초의 소형모듈원전을 설치하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와 전략적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이번 기회를 통해 유럽 소형모듈원전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뉴스케일파워에서 설치하는 소형모듈원전에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소형모듈원전(Small Modular Reactor)은 대형원전의 핵심기기인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이 하나로 일체화된 원자로다.
고압의 전력을 수용할 수 있는 송전망이 충분하지 않거나 분산형 전력원으로서 소규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뉴스케일파워의 루마니아 소형모듈원전에 기자재를 공급하는 일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지만 앞으로 뉴스케일파워의 사업 확장에 따라 수주기회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최신 소형모듈원전 제작기술 개발에 박차를 더해 향후 세계 수요에 부합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2019년과 올해 2번에 걸쳐 뉴스케일파워에 1억400만 달러(1230억 원)을 투자하며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뉴스케일파워가 미국 아이다호주에 2023년부터 건설을 시작하는 소형모듈원전에 두산중공업이 원자로모듈을 공급하는 계획도 진행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뉴스케일파워 이외에 미국 원자력발전 전문기업 미국 엑스에너지과도 최근 설계용역 계약을 맺으며 소형모듈원전 관련된 기술력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소형모듈원전시장의 성장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세계 소형모듈원전시장은 신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각국 정부의 인식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모듈원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데다 대형원전보다 출력이 낮아 안전성이 높고 내륙에도 건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은 에너지부의 ‘원자력 전략 비전’에 따라 차세대 원자로기술과 소형모듈원전 개발에 2028년까지 32억 달러(3조8천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는 2035년 소형모듈원전시장 규모가 최대 600조 원 이상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은 적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아직 자회사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소형모듈원전 등 자체사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일을 핵심 과제로 안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2431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보다 127.6%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자회사 두산밥캣(1296억 원)에서 창출된 것으로 두산중공업 3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434억 원에 그친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100% 자회사인 두산건설 매각을 추진하며 두산그룹의 경영 정상화에 기여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자체사업으로 성장동력까지 확보한다면 경영 정상화 시기는 한층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두산 신용평가 리포트에서 “두산그룹 경영 개선안 진행 과정과 더불어 두산중공업의 자체사업 실적 및 재무안전성 등의 추이를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두산중공업은 4일 이와 관련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안의 일환으로 두산건설 지분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