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헤드헌팅업계에 몸담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가운데 하나는 '요즘은 시장이 어떤가요'라는 것이다.
이직이나 전직을 하려는 사람은 물론이고 채용담당자나 CEO, 간부들도 나를 만나면 이런 질문을 던진다.
▲ 윤승연 커리어케어 인사이트본부장 전무.
채용시장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 아래 큰 변화를 겪었고 지금도 그 변화는 진행 중이다. 아니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
2020년 상반기 갑자기 등장한 코로나19로 기업들은 채용결정을 뒤로 미룬 채 꼭 필요한 인력만 최소한으로 채용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코로나19의 관리 가능성이 보이고 실물경기 지표들도 좋아지면서 기업들은 미뤘던 채용과정을 재개하고 새로운 시장환경에 맞는 인재를 앞다투어 채용하고 있다.
최근 채용시장엔 몇 가지 큰 변화의 트렌드가 보인다.
첫 번째는 경력직과 수시채용 증가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들은 지금 바로 투입이 가능하고 즉각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자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
두 번째는 디지털 전문가 수요 증가다.
디지털 인재 수요는 산업과 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금융기업들은 비대면 금융의 구현을 위해 채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인터넷은행과 디지털보험사의 등장과 성장은 채용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유통분야의 디지털 인력 채용도 감소 기세가 보이지 않고 있고 제조기업도 스마트로 표현되는 혁신을 위해 분주하다.
세 번째는 새로운 사업을 위한 인력 채용이다.
기업들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위해 신사업 전문가를 많이 찾고 있다. 또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인수해서 인력과 신성장동력을 동시에 확보해 빠른 결과를 만들려고 한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PE)와 인수합병(M&A)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관련된 전문 인력채용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2차전지사업분야 채용은 두드러진다.
네 번째는 스타트업의 채용 활성화다.
플랫폼 비지니스나 바이오벤처기업이 커지면서 이런 기업들의 채용이 또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대기업과 인재전쟁을 벌이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파격적 근무환경과 보상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직자들은 이제 스타트업을 하나의 선택지로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전문가 채용의 급증이다.
정부의 그린화 추진과 투자기관의 기업감시 기능 확대로 ESG전문가를 찾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이전에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이 분야 전문가들이 컨설팅회사를 넘어 금융회사와 제조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이직이나 구직을 희망하는 개인은 물론이고 인재를 리쿠르팅해야 하는 기업에게 빠른 대응과 과감한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업은 혁신을 고민해야 하고 인재 확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조직 안에서 개선이나 점진적 변화로 패러다임을 바꾸기 어렵다면 미리 앞서 경험한 사람을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 조직역학에 발목이 잡혀 있지 않고 기존 구성원들의 익숙한 시각이 아닌 전혀 새로운 시각과 인사이트가 필요하면 자연스럽게 외부 시각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때 영입된 인재가 혁신의 단초를 제공한다. 필자는 15년 동안 헤드헌팅 업무를 하면서 핵심인재 영입을 통해 대변신에 성공한 기업들을 많이 봤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얻게 된 교훈 가운데 하나는 계획하지 않은 상황이 도래했을 때 그 상황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성공의 열쇠가 된다는 점이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당초 계획을 세우지 않았기에 하루에도 수없이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 갈 수 있었다'는 무계획 경영론을 이야기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이 말의 무게를 입증한 셈이다.
변혁을 주도하는 핵심인재가 되려는 개인과 준비된 인재가 조직을 바꾸고 성공스토리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기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다.
오늘도 헤드헌터들은 그 중심 한가운데서 역할과 보람을 찾고 있다. [커리어케어 인사이트본부장 윤승연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