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 주력상품인 이미지센서의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생산투자도 공격적으로 확대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미지센서 기술력과 반도체 생산에서 각각 선두기업으로 꼽히는 일본 소니와 대만 TSMC의 연합에 맞서 이미지센서 수요 증가에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고화소 이미지센서 판매 확대를 통해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 등 기기에서 카메라모듈로 촬영한 이미지를 디지털로 전환해 화면에서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시스템반도체로 이미지센서 설계 기술력이 사진 품질과 직결된다.
현재 대부분의 이미지센서가 스마트폰에 사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자율주행차와 드론, 산업용 로봇 등 신산업분야에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성장 전망이 밝은 분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이미지센서를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의 한계 극복에 중요한 제품이라고 강조하며 글로벌시장에서 기술 상위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세계 이미지센서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약 7.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미지센서를 D램과 낸드플래시에 이어 SK하이닉스 성장에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제히 D램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을 이미지센서 생산설비로 바꿔내는 전환투자도 진행하며 이미지센서 생산량을 단기간에 확대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전환하면 새 공장을 건설하는 것보다 양산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그동안 이미지센서는 주로 8인치 웨이퍼에서 생산됐는데 D램 생산에 쓰이던 12인치 웨이퍼를 이미지센서에 활용하면 생산효율을 더 높이는 등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 최초로 2억 화소급 이미지센서를 선보이며 기술 경쟁력을 증명한 데 이어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에 생산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처럼 이미지센서 기술 강화와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는 것은 신산업 발전에 따른 시장 성장의 수혜를 더욱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미지센서 점유율 세계 1위 기업인 소니와 시스템반도체 생산량 1위 업체인 TSMC는 최근 이미지센서분야에서 협력을 발표하며 한국 반도체기업들에게 내주지 않겠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소니는 최근 일본 구마모토 지역의 공장 부지에 8천억 엔(약 8조3천억 원)을 투자해 TSMC와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도 공장 건설에 필요한 비용 절반을 부담하는 적극적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니는 세계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굳히기 위해 출하량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TSMC와 손을 잡으며 새 대형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TSMC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투자 부담을 줄이고 소니를 확실한 고객사로 둔 상태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된 만큼 두 기업이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태에 놓인 셈이다.
소니가 TSMC와 협력으로 이미지센서 출하량을 늘리고 규모의 경제효과로 원가 경쟁력도 확보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 경쟁력을 갖추는 일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적기에 충분한 기술 경쟁력을 갖춰내 고객사를 확보하고 생산능력도 키우려는 노력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소니는 매출 기준 4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절반 수준인 22%로 2위, SK하이닉스는 2%로 6위에 그쳤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자동차용 이미지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장점을 앞세워 소니보다 앞선 기술력을 확보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송창록 SK하이닉스 CIS담당은 최근 공식 뉴스룸을 통해 “SK하이닉스는 이미지센서 후발주자지만 오랜 노하우를 통해 경쟁사보다 더 빠른 지름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고화소 이미지센서시장 진입을 위해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생산성 확보에 매진하며 내실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소니와 달리 모바일과 자동차부품 등 여러 분야에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는 만큼 고객사에 이미지센서 공급을 추진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안고 있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규모가 소니의 약 5배에 이르고 SK하이닉스는 SK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연구개발과 시설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본력이 크다는 것도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소니의 이미지센서기술 발전이나 생산투자 확대속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뒤처진다면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시장 성장에 더 큰 수혜를 보며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터지애널리틱스는 최근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내고 “소니의 이미지센서시장 점유율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의 추격에 갈수록 큰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