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1-10-20 16:06:39
확대축소
공유하기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가 보툴리눔톡신 제품을 주력상품 만들기에 다시 나서고 있다.
전 대표는 보툴리눔톡신을 둘러싼 안팎의 불확실성을 해소해가며 해외판매 확대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19일 제약바이오업계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기반 주름개선제 나보타의 매출은 지난해 500억 원 수준에서 올해 750억 원으로 늘어난 뒤 내년에는 1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나보타 매출이 445억 원이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올해부터 유독 큰 폭의 매출 증가세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진행하던 보툴리눔톡신 균주 관련 소송전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판매에 힘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든 소송이 끝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아직 영업비밀침해소송 등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대웅제약 쪽에서 보면 미국을 비롯한 잠재력 높은 해외시장에서 나보타 판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보타 수출은 전 대표의 역점사안이다.
전 대표는 2018년 대웅제약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4년 국내에 출시된 나보타를 2019년 미국에 처음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나보타 매출은 2018년 125억 원에서 2019년 445억 원으로 불었다.
하지만 곧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소송에 발목이 잡혔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절취해 제품화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12월 메디톡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나보타에 21개월 수입금지를 명령하는 최종결정을 내렸다. 대웅제약은 가장 큰 해외시장을 잃을 위기에 놓였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 2월 대웅제약이 국제무역위원회의 수입금지 명령에 관해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결과 임시로 나보타 판매가 재개됐다.
또 이후 메디톡스, 앨러간, 에볼루스 등 소송 관계자들이 합의에 나서면서 국제무역위원회의 수입금지 명령을 무효화할 단초가 마련됐다. 앨러간은 메디톡스의,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협력사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이 주보(나보타의 미국 수출명) 수입금지 명령을 포함한 국제무역위원회 최종결정에 관해 ‘합의로 항소가 무의미하므로 최종결정을 무효화시킬 수 있도록 국제무역위원회에 환송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에 따라 앞서 나왔던 국제무역위원회 최종결정의 전면 무효화가 곧 발표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 대표는 세계 최대 보툴리눔톡신시장인 미국을 공략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시장 조사업체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 보툴리눔톡신시장은 현재 20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 최대 6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대표는 보툴리눔톡신의 중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올해 7월 중국에서 보툴리눔톡신 임상3상을 마쳤다.
대웅제약은 곧 보툴리눔톡신의 중국 판매허가를 받아 내년쯤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이어 보툴리눔톡신시장 규모 2위인 중국을 향해 발돋움하게 되는 것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 보툴리눔톡신시장 규모가 2018년 6억7200만 달러에서 2025년 15억5500만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 대표는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소송의 최종결정이 전면 무효화에 진입하면서 미국시장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며 “또 나보타는 미국·유럽 허가에 이어 중국 진출도 가시권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전 대표는 최근 새로 품목허가를 취득한 터키와 칠레에서도 올해 3분기부터 보툴리눔톡신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웅제약은 치료용 보툴리눔톡신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 편두통 등을 적응증으로 임상2상이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웅제약이 향후 보툴리눔톡신 제품군 다변화에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나보타 등 보툴리눔톡신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소송비용이 감소한다는 점에서도 대웅제약 수익성에 긍정적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올해 3분기 소송비용은 2분기 41억 원보다 감소한 30억 원가량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대웅제약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7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송비용이 회사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은 그동안 소송비용이 과다하게 지출되고 기업 역량이 소송에 집중돼 결과적으로 글로벌 사업 동력이 약화되고 수익성도 나빠졌다”며 “지금은 이런 쟁점이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이어서 대웅제약 나보타의 글로벌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