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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CEO 영입 드물어, 신동빈 임원인사로 보수적 순혈주의 깨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1-10-1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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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에는 외부에서 영입한 대표이사(CEO)를 찾아보기 힘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 연말 임원인사에서 외부인재를 CEO로 영입해 조직에 새로운 변화의 기류를 만들어낼까?

◆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 대부분은 ‘공채’ 출신

17일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이력을 살펴보면 대부분 롯데그룹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30년 넘게 롯데그룹에서만 일한 ‘정통 롯데맨’인 사례가 대부분이다.
 
롯데그룹 CEO 영입 드물어,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9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신동빈</a> 임원인사로 보수적 순혈주의 깨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가운데),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왼쪽),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롯데지주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송용덕 부회장은 1979년 호텔롯데 인사팀에 입사해 롯데그룹에서만 한 길을 걸었다.

송 부회장은 호텔롯데 마케팅부문장, 롯데루스 대표이사, 호텔롯데 대표이사, 롯데그룹 호텔&서비스BU(비즈니스 유닛)장 등을 역임한 정통 롯데맨으로 호텔롯데 원년 멤버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지낸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사장이 롯데그룹에서 일한 이력도 송 부회장 못지 않다.

이 사장은 1987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인사부장과 잠실점장, 경영지원부문장, 롯데월드 대표이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등을 맡았다. 2020년 8월 실시된 롯데그룹 임원인사에서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쇼핑을 이끄는 강희태 대표이사 부회장도 롯데그룹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이동우 사장과 같은해 롯데그룹에 입사한 입사동기인데 롯데쇼핑에서 줄곧 경력을 만들었다.

강 부회장은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본부 본점장, 영남지역장, 차이나사업부장 등을 역임한 뒤 2017년 롯데쇼핑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9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롯데그룹 유통BU장을 겸임하고 있다.

화학과 호텔&서비스부문도 마찬가지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1984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자회사 LC타이탄 대표이사를 역임하다 2017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에 올랐고 2019년에는 화학BU장에 임명됐다.

이봉철 롯데그룹 호텔&서비스BU장은 롯데그룹의 대표적 재무전문가다. 1986년 롯데그룹에 입사해 대홍기획 재무팀, 롯데그룹 정책본부 재무팀,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 롯데지주 사장 등을 맡다가 2019년 호텔&서비스BU장에 올랐다.

물론 롯데그룹에 외부출신 CEO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이사는 동원F&B와 CJ제일제당을 거쳐 2009년 롯데미래전략센터 산업연구팀에 영입된 비롯데 출신 CEO다.

올해 4월 롯데그룹에 영입돼 유통부문의 e커머스 전략을 책임지는 나영호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롯데온 대표) 역시 삼성물산과 현대자동차그룹, LG텔레콤, 이베이코리아 등을 거친 외부출신 인사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계열사 대표에 적극적으로 외부출신 인재를 영입해 앉히는 다른 재벌그룹과 비교해볼 때 롯데그룹의 인사 기조가 여전히 보수적이라는 평가는 많다.

신세계그룹은 2018년까지만 해도 내부출신 인사를 중용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 인사를 통해 베인앤컴퍼니에서 소비재유통부문 파트너로 일하던 강희석 컨설턴트를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했다. 창사 이래 첫 외부 CEO다 보니 내부 반발도 컸지만 정용진 부회장의 적극적 지원 덕분에 강 사장은 이마트의 구조조정을 빠르게 이끌 수 있었다.

정 부회장은 강희석에게 SSG닷컴 대표이사도 함께 맡기며 신세계그룹 이마트부문의 빠른 변화를 주문했다.

올해 인사에서도 외부 출신 인재를 중용하는 기조가 이어졌다.

신세계그룹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총괄대표에 올린 이길한 대표는 삼성물산과 호텔신라를 두루 거쳤고 이후 HDC신라면세점 대표이사까지 지낸 인물이다.

신세계까사를 이끌게 된 최문석 대표이사 역시 신세계에 합류하기 전 한국P&G, 부즈앨런해밀턴 컨설턴트, 버거킹 한국 지사장, 삼성생명 마케팅전략부 디렉터, 이베이코리아 부사장, 여기어때컴퍼니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LG그룹도 변화하기는 마찬가지다.

LG그룹의 미래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한 축을 도맡고 있는 LG화학은 현재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신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체제 이후 외부에서 영입된 첫 인재로 글로벌기업인 3M에서 필리핀 지사장과 미국 본사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3M 해외사업을 이끌며 수석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전문경영인이다.

LG화학이 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1947년 회사가 창립한 이후 약 70년 만에 처음이었다. LG화학은 당시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조직문화와 체질의 변화,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적임자다”고 신 부회장을 평가했다. 

신동빈, 변화의 움직임 속도낼까

롯데그룹에 외부출신 CEO가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 년 전부터 보수적 경영문화를 지워내기 위해 조직문화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의 색채가 지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그룹 안팎에서 힘을 얻는다.
 
롯데그룹 CEO 영입 드물어,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9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신동빈</a> 임원인사로 보수적 순혈주의 깨나
▲ 롯데타워몰.

신 회장은 그룹수뇌부 회의때 자일리톨껌을 배치해 ‘회의하면서 껌을 씹는 문화’ 정착에도 앞장섰을 정도로 특유의 보수적 경영기조를 깨뜨리려고 노력했다.

직원들의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임원 직급체계뿐 아니라 직원 직급체계도 간소화했다.

하지만 창업주 신격호 회장 때부터 내려오던 경영기조가 단번에 바뀌지는 않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롯데그룹 계열사 한 직원에 따르면 계열사 사옥을 옮기는 문제만을 놓고도 황각규 부회장이 재직할 당시 롯데지주의 검토만 수 개월 걸린 탓에 의사결정이 지연됐다고 한다. 이른바 ‘돌 다리도 두들기는’ 문화가 변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소속 직원들의 잦은 이탈도 보수적 문화에 뿌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1년 동안 e커머스사업부 소속 임원들의 행보를 보면 오랜 기간 롯데그룹에서 일한 임원뿐 아니라 몇 년 새 롯데그룹에 영입됐던 인재들이 삼성그룹이나 CJ그룹 등 외부로 이직했다.

적극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기대하고 롯데그룹에 몸담았으나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수직적 문화에 놀라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있다.

이런 지점들을 놓고 보면 롯데그룹의 뿌리깊은 조직문화가 외부출신 CEO를 선임하는데 일종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외부출신 CEO가 드물고 순혈주의 색채가 강하다는 것은 일종의 편견이다”며 “롯데푸드의 이진성 대표뿐 아니라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롯데마트 대표) 역시 외부출신 CEO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2004년 이후 실시한 인수합병만 해도 40건이 넘는데 순혈주의를 지키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이미 많은 임원들은 외부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흐름을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롯데그룹의 조직문화와 관련해서는 “물론 자율적 조직문화를 지닌 기업들과 비교하면 롯데그룹의 조직문화가 보수적일 수 있지만 다른 대기업들과 비교해 보수적 색채가 더 강하다고 말하긴 힘들다”며 “신입사원 채용 때 여성의 비중을 50% 이상으로 만들거나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정책 등을 보면 ‘롯데그룹은 보수적’이라는 말은 오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이 앞으로 실시할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과거와 결이 다른 스타일의 인사를 보여준다면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과 다른 변화의 속도가 나타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롯데그룹은 이런 내외부의 목소리를 인지하고 이미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지주는 최근 산하에 디자인경영센터를 신설하고 배상민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를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배 센터장은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학교를 졸업하고 27세에 동양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교수에 임용되면서 유명해진 인물이다. 레드닷어워드와 iF디자인어워드 등 디자인업계의 유명한 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배 센터장이 롯데그룹에 영입된 것은 미래를 향한 새 출발을 위해 브랜드 이미지부터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신동빈 회장의 영입 의지가 상당했다고 한다.

배 센터장은 올해 초 신동빈 회장의 요청으로 따로 밖에서 만난 자리에서 “롯데 디자인이 어떠냐”로 묻는 질문에 “솔직히 별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신 회장은 “나도 동감한다. 다 바뀌어야 한다”고 공감했고 이후 사내 강연에 초청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이후 배 센터장을 몇 차례나 롯데그룹에 영입하고자 했지만 배 센터장은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어하는 진심이 느껴저 결국 신 회장의 요청을 수용했다고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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