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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왼쪽)과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오른쪽) |
애경그룹은 가족경영으로 유명하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2004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세 아들과 외동딸이 그룹 내 핵심회사를 맡아 각자경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애경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사람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과 안용찬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회장이다. 채 부회장은 장 회장의 장남이고 안 부회장은 장 회장의 딸이자 채 부회장의 동생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의 남편이다. 채 부회장과 안 부회장은 재계의 대표적 처남-매제 경영인으로 애경을 이끌고 있다.
◆ 애경가 ‘선발투수’ 채형석
채 부회장은 애경가 2세 중 가장 먼저 경영에 참여했다. 채 부회장은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 사장이었던 1993년 애경백화점(현 AK플라자)을 열며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애경의 주력사업은 비누와 세제 등 생활용품과 화학이었다.
채 부회장은 2001년 애경그룹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2004년 어머니 장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그룹경영을 책임지며 사업확장을 주도했다. 채 부회장은 2006년 그룹 총괄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며 사실상 회장의 역할을 맡고 있다.
채 부회장은 스스로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경영자이지만 재계에서 ‘사업다각화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는다. 채 부회장은 비누와 세제 등 생활용품과 화학을 주력사업으로 하던 애경을 유통과 항공, 부동산, 식품을 아우르는 종합기업으로 만들고 있다.
채 부회장의 사업다각화 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저비용항공(LCC) 사업이다. 채 부회장이 2005년 무렵 항공업을 신규사업으로 추진한다고 했을 때 그룹 안팎의 반대가 심했다. 안 부회장은 “채 부회장이 2005년 1월 제주항공을 설립하겠다고 말했을 때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기분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채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사업의 부정적 면만을 보다간 사업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항공사업을 밀어붙였다.
채 부회장이 야심차게 시작한 제주항공은 2006년 6월 첫 취항 이후 2010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큰 탓이었다. 항공사업 총괄을 맡은 안 부회장이 사업을 접어야 한다며 채 부회장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 부회장은 자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사업을 강행했다. 2009년 말 면세점사업까지 매각하는 승부수까지 던졌다.
제주항공은 2011년 138억 원의 영업이익과 168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채 부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한 것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에도 15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3년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국내 저가항공사 업계 1위에 오른 제주항공은 올해 매출 5천억 원과 누적탑승객 2천만 명을 돌파해 국내 항공업계 3위 도약을 목표로 세웠다.
채 부회장은 2006년 말 삼성물산으로부터 삼성플라자를 인수해 유통부문을 강화했고 2008년 군인공제회, 모건스탠리와 손잡고 부동산개발업체인 ‘AM플러스 자산개발’을 세우기도 했다. AM플러스 자산개발은 자본금 1천억 원을 동원해 당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채 부회장은 2011년 애경산업 내에 ‘신채널사업부문’을 만들었다. 신채널사업부문은 채 부회장이 애경의 미래 먹거리를 추진하기 위해 만든 컨트롤타워다. 채 부회장은 올해 초 ‘핼스앤’이란 식품 브랜드를 선보이며 식품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채 부회장은 애경 오너일가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며 승계구도도 굳힌 상태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채 부회장은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 가운데 33.1%를 가지고 있다. 지주사인 AK홀딩스의 경우 채 부회장이 17.37%를 가지고 있고 두 남동생인 채동석 부회장과 채승석 사장이 각각 10.05%와 8.93%를 가지고 있다.
◆ 믿고 맡기는 ‘마무리’ 안용찬
“애경에 들어오지 않았어도 다른 회사에서 최고경영자를 맡을 사람이다.”
채 부회장은 안 부회장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채 부회장은 “안 부회장은 창업주인 선친(채몽인 사장)의 가업을 이어가겠다는 나를 곁에서 잡아주고 이끌어준 사람”이라고 말한다.
안 부회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MBA) 과정을 밟던 중 채 부회장의 여동생인 채은정 부사장을 만나 결혼했다. 애경 마케팅부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안 부회장은 1995년 애경 대표이사 사장을 맡으며 가족경영 대열에 합류했다.
채 부회장은 안 부회장이 있기 때문에 신규사업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제주항공이 그랬다. 채 부회장은 지난해 “안 부회장이 없었다면 제주항공이 안착하는 데 실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2006년부터 애경그룹의 생활항공사업부문을 총괄했다. 안 부회장은 제주항공이 2010년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구원투수 역할을 맡아달라는 채 부회장의 부탁을 받고 2012년 2월 제주항공 대표이사 겸 경영총괄 CEO로 임명됐다.
채 부회장의 전폭적 지원을 약속받은 안 부회장은 고객을 즐겁게 만드는 ‘펀(fun)’ 마케팅을 펼치며 고객확보에 나섰고 2012년 한 해에만 항공기 4대를 도입하는 등 공격경영을 펼쳤다. 제주항공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애경그룹의 대표적인 캐시카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안 부회장의 경영능력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 부회장은 “다른 기업들이 실적을 이유로 2~3년 만에 최고경영인을 바꾸는데 비해 나는 채 부회장 덕분에 7년 넘게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공로를 채 부회장에게 넘기곤 한다. 안 부회장은 “앞으로도 채 부회장과 발맞춰 애경을 키우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