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2021-10-14 14: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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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나생명 매각 성사로 보험회사 인수합병(M&A) 수요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거래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서 이뤄져 향후 인수합병 거래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보험회사를 인수해 비은행부문 강화를 추진하려는 금융지주들은 이번 거래로 인수합병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 라이나생명 본사 전경.
14일 투자은행(IB)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라이나생명은 시그나그룹과 처브그룹 사이 진행한 아시아태평양 보험사업 인수 거래 중 핵심사업으로 5조 원 안팎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거래대상은 라이나생명을 포함해 대만·홍콩·태국·인도네시아·뉴질랜드·터키 등 7개국 보험회사로 전체 거래규모는 57억5천만 달러(약 6조8천억 원)이다.
거래대상 회사 중 라이나생명은 가장 확실한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이다. 라이나생명은 2020년 순이익 3570억 원을 냈다.
나머지 회사 중 비교적 실적이 괜찮은 뉴질랜드 사업이 순이익 수백억 원에 그치고 다른 국가는 미미한 수익을 거두거나 적자를 내고 있다. 거래금액의 대부분이 라이나생명의 기업가치로 여겨지는 이유다.
2020년 라이나생명 매각설이 나올 때만 해도 매각가격은 2조~3조 수준으로 추산됐다. 신한금융지주가 인수한 오렌지라이프(3조2500억 원), KB금융지주가 품은 푸르덴셜생명(2조3천억 원)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라이나생명은 삼성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업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순이익을 내고 있어 알짜회사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자산규모는 5조 원 수준으로 생명보험사 24개 중 최하위권인 22위에 그친다.
하지만 이번 거래를 놓고 보면 오렌지라이프나 푸르덴셜생명보다 1.5~2배가량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라이나생명 매각을 시작으로 보험업계에서 다시 인수합병 거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시장에서 외국계 보험사인 동양생명, ABL생명, 매트라이프생명, AIA생명, AXA손해보험 등의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된다.
여기에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고 싶은 금융지주들의 수요도 여전하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공식 천명했고 하나금융그룹도 올해 들어 보험과 카드를 약점으로 지목하며 인수합병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생명보험사는 있으나 손해보험사가 없어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문제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생각하는 거래가격에 차이가 적지 않아 거래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초 교보생명이 AXA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한 배경 역시 가격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라이나생명 매각으로 보험회사 매각주체들의 눈높이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라이나생명이 예상을 넘어선 수준의 고가에 매각된 만큼 기존 시장상황에 맞춰 원매자가 제시하는 금액은 매도측을 만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들은 라이나생명과 비교해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자산규모는 몇 배나 더 크다. 2020년 기준 동양생명이 36조 원, 메트라이프생명 23조 원, ABL생명 20조 원, AIA생명 17조 원 등 자산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은 매출에서도 라이나생명을 앞선다.
최근 보험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된 점도 보험회사 인수를 원하는 쪽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반기 보험회사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9.9%나 증가했다. 동양생명(1461억 원), AIA생명(1404억 원) 등은 상반기 라이나생명(1651억 원)에 버금가는 순이익을 거뒀다.
상장사인 동양생명 주가는 6일 장중 7990원까지 올라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등 연초 대비 두 배 넘게 올랐다. 시장에서 보험회사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계열 지주 등에서 보험사 인수합병은 꾸준히 검토하고 있지만 조건에 맞는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라이나생명 매각이 향후 인수합병 거래의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