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이 의지를 지니고 절차를 빠르게 진행한다면 연내 상장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대규모 충당금 반영, 연말이라는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내년으로 상장을 미룰 공산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 LG전자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볼트EV(전기자동차) 리콜 분담금 합의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상장절차를 신속히 재개하기 위해서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가 부담할 비용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 부담분이 애초 예상보다 커진 것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만큼 LG그룹의 시간적, 심리적 부담이 더욱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바라봤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가 GM의 리콜에서 부담하는 금액은 1조4천억 원(12억 달러)가량으로 이는 사실상 리콜비용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것이다. GM의 발표에 따르면 GM의 부담분은 1100억 원(1억 달러) 안팎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초 현대자동차 전기차 코나EV 리콜비용 가운데 40%를 부담했던 것과 비교하면 부담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다만 주요 배터리 고객사와 불확실성을 털어냈다는 점에서 김종현 사장이 상장 추진 초기에 계획했던 ‘2021년 안에 상장’을 계획대로 완수할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린다.
LG에너지솔루션은 10월12일 GM과 리콜 관련 합의를 마쳤다고 밝히면서 “일시적으로 보류됐던 기업공개 절차를 속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상장 목표시기를 명확하게 내놓지는 않았다.
이에 배터리업계 일각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GM과 리콜문제를 원만한 합의로 종결했기 때문에 기존 계획대로 올해 안에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이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상장으로 투자자금을 서둘러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 LG화학이 10월25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는데 늦어도 이때까지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의 각각 리콜비용 부담분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 사이 회계적 충당금 설정에서 현재 양사 분담률은 중간값을 적용해 반영하고 최종 분담비율은 양사의 귀책 정도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리콜 충당금 규모를 확정해 재무적 불확실성을 없애면 멈췄던 상장예비심사도 재개될 수 있다. 상장예비심사를 빠르게 통과하면 올해 안에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코스피에 상장한 대어급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의 일정을 보면 상장예비심사를 마친 뒤 1달 반~2달 사이에 코스피에 상장했다.
늦어도 11월 초까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김 사장이 의지를 보여 빠르게 이후 증권신고서 제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공모주 청약 등을 진행하면 시간적으로 올해 안에 상장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6월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는데 리콜문제로 상장예비심사 절차는 8월 중단된 상태다.
대규모 리콜 사태로 불거진 배터리 안정성 우려는 상장을 다소 미룬다고 해서 이른 시일 내에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김 사장이 상장시기를 내년으로 늦출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현재로선 좀더 우세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초 최대 100조 원으로 평가되던 기업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기에는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LG화학은 GM과 리콜 분담금 합의 발표 뒤 LG에너지솔루션과 관련한 3분기 연결기준 실적에 리콜 충당금 6200억 원을 반영한다는 먼저 계획을 세웠다.
LG화학이 반영할 6200억 원의 충당금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GM 리콜 관련 충당금 이슈가 나오지 않았을 때 LG에너지솔루션이 3분기에 영업이익 3500억 원 안팎을 낼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측했다. 3분기 6200억 원의 충당금이 반영된다는 전제 아래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에 영업손 2천억 원대 후반을 보게 되는 것이다.
배터리 안정성 문제가 지속해온 상황에서 상장 전 가장 최근 분기의 실적부진까지 겹친다면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최근 상황을 반영해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2일 LG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를 70조 원으로 낮춰 잡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기관투자자들이 결산 월인 12월에는 공모주 수요예측에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점이나 인플레이션 우려, 달러 강세, 중국 부동산 리스크 등 여러 악재에 국내 증시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점 등도 상장을 미룰 수 있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초에 상장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김종현 사장은 세계 배터리시장 1위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사장으로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상장시점을 당기는 일 만큼이나 규모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7월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대회’에서 “LG 배터리사업은 보유 특허 수, 전기차배터리시장 점유율, 생산능력 등에서 세계 1위 기록을 세우며 기술력을 증명했다”며 “현재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위상을 지킬 수 있도록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도기업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120GWh(기가와트시) 수준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5년까지 430GWh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2025년 기준으로 전기차배터리시장 점유율 수위를 다투는 중국 CATL과 비슷한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2027년 차세대 배터리로 여겨지는 전고체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에 앞서 중저가 시장도 공략하기 위해 리튬인산철(LFP)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상장과 관련해서는 최근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 외에 정해진 것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