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사장과 임 부사장은 앞으로 신세계와 신세계가 출자한 여러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합병에 속도가 날 가능성도 떠오른다.
5일 신세계에 따르면 차정호 사장이 1일 실시된 신세계그룹 정기인사에서 백화점부문으로 이동한 것은 기존보다 더 큰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백화점사업만 하는 사업회사인 반면 백화점부문은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신세계가 지분을 들고 있는 백화점 관련 사업 계열사뿐 아니라 신세계까지 아우르는 여러 회사의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자리다”며 “차 사장이 백화점부문으로 이동한 것은 사실상 영전했다는 의미로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 사장은 2019년 12월부터 신세계 대표이사를 맡았다. 하지만 1일 발표된 2022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신세계 백화점부문을 맡게 됐다.
차 사장의 인사이동을 놓고 경질성 인사가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신세계 소속은 유지하지만 대표이사 직위를 내려놓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세계보다 많은 계열사들을 살펴야 하는 백화점부문을 이끄는 수장이라는 점에서 차 사장의 역할이 오히려 기존보다 커졌다는 것이 신세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세계는 또 손영식 대표와 차 사장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된다고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신세계 대표이사에 새로 내정된 손영식 대표는 앞으로 신세계의 백화점사업만 맡는다”며 “차 사장은 앞으로 백화점부문장으로서 신세계와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여러 계열사의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최상단에 전략실이 존재하고 그 밑에 이마트와 신세계의 전략을 고민하는 이마트부문, 백화점부문이 있다”며 “백화점부문을 신세계라는 소그룹의 자체 전략실로 보면 된다”고도 말했다.
신세계는 백화점부문의 위상을 기존보다 더욱 강화했다.
그동안 신세계 백화점부문을 담당한 임원은 고광후 부사장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차 사장을 비롯해 임병선 신세계까사 대표이사가 백화점부문 신규 PJT(프로젝트) TF(태스크포스)장으로 합류했다.
부사장이 이끌던 조직에 대표급 인사가 2명이나 배치된 것은 그만큼 백화점부문의 역할이 커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백화점부문에서는 승진자도 2명이나 나왔다. 서정모 백화점부문 재무기획팀 담당임원이 상무로, 서민성 백화점부문 코스메틱팀장이 상무보로 각각 승진했다.
신세계가 이번에 외부에서 수혈한 임원 4명 가운데 백화점부문에 배치하려는 임원도 2명이나 된다. 신세계는 정기인사에서 백화점부문 재무기획팀장과 온라인사업팀장을 새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신세계의 전략실인 백화점부문 인력이 대폭 보강된 만큼 앞으로 차 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우선 조직이 커진 만큼 신세계 백화점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내는 작업이 더욱 시급해졌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는 올해 야구장과 복합쇼핑몰, 레저 등 다양한 산업과 유통의 시너지를 찾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 임병선 신세계 백화점부문 신규 PGT TF장.
정유경 총괄사장도 이런 흐름이 중요하다고 보고 신세계백화점을 단순한 쇼핑몰이 아닌 종합놀이 공간으로 만드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다양한 계열사의 특징과 장점을 한 데 어우를 수 있는 전략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차 사장이 삼성그룹에서 삼성물산과 호텔신라 등을 거치며 유통 전문가의 길을 걸어온 만큼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계열사의 협업 전략을 짜는데 적임자일 수 있다.
신세계가 백화점부문의 미래를 위해 인수합병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신세계까사를 이끌던 임병선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새로 만들어진 백화점부문 신규 프로젝트 태스크포스을 맡는 쪽으로 이동했다.
신세계가 올해 보톡스기업 휴젤 인수를 검토했다가 공식적으로 의사를 철회했지만 여전히 인수합병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인수합병 매물을 찾는 전담조직을 만들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임 부사장은 신세계에 입사해 줄곧 인사 관련 부서를 거쳤으며 2011년부터 약 7년 동안 신세계그룹 전략실에서 일해 인사와 전략에 능통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신세계 관계자는 인수합병 가능성과 관련해 “신규 프로젝트 태스크포스가 아직 어떤 일을 할지 확인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