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론개혁 입법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연초 검찰개혁 법안에 이어 이번에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까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거대 여당을 이끄는 송 대표가
문재인 정부 마지막을 빈손으로 끝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1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송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인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연내 본회의 처리가 무산되면서 남은 정기국회가 그냥 '별 일' 없이 끝날 수도 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연 회동을 통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합의문을 발표했다.
여야는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언론중재법을 비롯해 정보통신망법, 신문진흥법, 방송법 등 언론미디어와 관련 제도의 전반적 개선점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합의를 두고 송 대표가 검찰개혁에 이어 언론개혁 입법에도 사실상 실패했다고 바라본다. 내년 3월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대통령선거가 다가올수록 선거에 미칠 영향 탓에 강행 처리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실 10월 정기국회는 원래 내년 예산안 처리 등 '민생과제'가 시급할 수밖에 없다.
10월1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 25일 정부의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본격화된다.
604조 원을 넘는
문재인 정부의 '슈퍼예산안'을 놓고 민주당은 정부 원안 처리를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예산감축을 주장하고 있어 여야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송 대표는 한국판 뉴딜 2.0 예산과 관련해서도 필요하다면 증액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9월13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당정 추진본부 6차 회의에서 "민주당은 필요한 사안에 대해 과감히 증액하겠다. 야당의 근거 없고 무리한 삭감 공세는 원내를 중심으로 잘 대응하겠다"며 "위험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지 여부는 우리 선택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 자리에서 "한국판 뉴딜 입법 과제도 당초 31개에서 43개로 확대됐다"며 "정기 국회에서 미처리된 법안도 모두 처리돼 뉴딜 2.0의 법적 제도가 구축되길 기대한다"고 송 대표 의견을 지지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2.0 추진을 위해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21조 원)보다 13조 원 늘린 33조75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송 대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 국정과제, 민생과제, 총선 공약과제 등을 처리해야 한다. 2022년 상반기에는 대선을 전후해 임시국회가 제대로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송 대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연초 '검찰 수사권 박탈'을 뼈대로 하는 검찰 개혁에서 한 걸음 물러선 뒤 지지층을 중심으로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다.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줬는데도 아무런 개혁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퍼져나갔다. 그러자 언론개혁을 다음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핵심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면서 진척을 보지 못했다.
민주당은 지난 9월28일 일부 규정을 없애는 타협안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해당 규정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야 합의에 실패했다.
송 대표는 연내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 방침까지 밝혔지만 이번에 끝내 한 걸음 물러섰다. 내년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과 함께 청와대의 강행 처리 만류 입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측은 축제 분위기다.
원내의석 과반인 여당을 상대로 악법 저지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집권세력의 언론개악을 사실상 저지시켰다"며 "자유대한민국의 소중한 가치를 계속 지켜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송 대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꺾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출렁이는 대선 국면에서 야권을 압박해 어떻게든 일정한 성과를 낼 기회를 노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개혁이 물 건너간 게 아니다"며 "언론중재법을 연기한 것은 유튜브 가짜뉴스법,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 포털 공정화 등 신문법·정보통신방법과 함께 통과시키기 위한 숙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