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구체적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면서 소송을 통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관련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데다 최근 국내외 플랫폼 공룡기업들을 향한 규제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안팎으로 유리한 분위기에 힘을 받고 있다.
▲ 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
30일 유료방송업계 안팎에 따르면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서비스 시작을 앞두는 등 해외 플랫폼사업자들의 국내시장 진출이 늘어나면서 해외 사업자의 망 ‘무임승차’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관련 소송전도 서로 항소와 반소 등을 제기하면서 불이 붙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30일 서울고등법원에 넷플릭스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위한 반소장을 제출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망 이용대가 관련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1심에서 7월 패소했다. 그 뒤 넷플릭스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 협상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후속조치를 취한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번 반소를 통해 민법의 부당이득 반환 법리에 의거해 넷플릭스에 3년 동안의 실제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면서 강경한 태도로 맞서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인터넷망은 초기 구축 및 매년 유지관리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해 당연히 이용료를 받고 제공되는 것인데도 넷플릭스는 대가없이 회사의 망을 이용하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국내 1심 법원에서도 인정한 망 이용의 유상성(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통신사업자의 기본 사업모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에게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분쟁은 한 기업과 문제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외에도 HBO맥스, 애플TV플러스, 중국의 아이치이와 텐센트까지 해외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사업자들이 한국 미디어콘텐츠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망 이용대가 다툼에서 유리한 선례를 만들어두지 못하면 앞으로 계속 해외 사업자들의 한국 시장 진출에 따른 네트워크 트래픽 관리 등에 들어가는 부담을 지금처럼 떠안아야 한다.
이번 소송의 결과는 앞으로 SK브로드밴드 네트워크 서비스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문제인 셈이다.
SK브로드밴드는 유선통신사업 매출의 약 30%를 콘텐츠사업자로부터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유선통신망 트래픽에서 동영상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그 가운데서도 넷플릭스 등 해외 동영상 플랫폼사업자들이 발생시키는 트래픽 양은 압도적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회사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회사의 손실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자료를 공개하면서 국내사업자들이 지급하는 망 이용대가를 넷플릭스도 똑같이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트래픽 발생량은 2018년 5월 50Gbps 수준에서 2021년 9월 현재 1200Gbps 수준으로 약 24배 폭증했다.
SK브로드밴드는 실제 2019년과 2020년 콘텐츠 서비스 등에 쓰이는 회선 용량을 한 해 2~3배가량 증설하는 등 넷플릭스의 트래픽 증가에 따른 네트워크 증설 등 인터넷망 품질 관리와 유지에 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국내 무선 네트워크 트래픽 발생량까지 전체적으로 봐도 넷플릭스 등 해외사업자들의 비중은 매우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통3사 트래픽 자료에 따르면 2021년 2분기 기준 이통3사의 하루 평균 트래픽 가운데 78.5%가 넷플릭스를 포함한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사업자로부터 발생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사업자들은 올해 2분기 기준 이통3사 전체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4%로 2020년 말(26.5%)보다 5%포인트가량이나 낮아졌다.
해외사업자들의 트래픽 발생량과 국내사업자들의 트래픽 발생량 비중 격차가 3배를 훌쩍 넘으면서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대부분이 해외사업자에게 집중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국내사업자들만 해마다 수백억에 이르는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
한국 법원이 해외사업자의 망 사용료 문제에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주고 국회 등 정치권에서도 관련 법 규정의 필요성 등을 논의하는 움직임은 SK브로드밴드에게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인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29일 해외사업자의 망 이용대가 관련 문제를 놓고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분쟁 상황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김 부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소송에서 넷플릭스가 완패해 망 이용료 지급의무가 발생했는데도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했다”며 “2020년 6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조항이 신설됐지만 현재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분쟁을 보면 해당 조항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해외 사업자가 정당한 망 사용료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10월부터 열리는 국정감사 증인에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을 채택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도 7월 진행한 유료방송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공청회에서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국내 사업자 역차별 문제를 해결 과제로 꼽았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사업자들이 대규모 자금력 등을 앞세워 국내 미디어콘텐츠시장 독과점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보이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