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그동안 소극적이던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에 나섰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중금리대출과 플랫폼사업 확대 등 카카오뱅크의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는 활로로 마이데이터사업을 점찍은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연말로 예정된 마이데이터사업 시행 시기에 맞춰 마이데이터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뱅크는 24일 금융위원회에 마이데이터 예비인가를 신청했는데 통상 본인가까지 3개월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12월 말에는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12월1일 마이데이터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시행 초기부터 마이데이터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로 이뤄진 인터넷전문은행업계 가운데서는 가장 빠르다.
윤 대표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왔다.
앞서 금융위는 카카오뱅크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에 맞게 중금리대출 비중을 높일 것을 요청했다.
윤 대표는 중금리대출 확대를 카카오뱅크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마이데이터사업 진출은 이후에 검토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더해 카카오 금융계열사인 카카오페이는 이미 마이데이터사업 허가를 받아뒀다.
윤 대표는 카카오페이와 제휴를 통해서도 마이데이터사업 효과를 일정부분 누릴 수 있어 마이데이터사업이 급하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며 카카오페이가 당분간 마이데이터사업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5일 시행되며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광고가 아닌 중개로 판단됐다.
카카오페이도 보험비교서비스, 펀드 추천서비스 등 서비스 개편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공개 시기는 11월 초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윤 대표는 직접 마이데이터사업 허가를 받는 것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가 마이데이터사업 허가를 받으면 시급한 과제인 중금리대출과 플랫폼사업 확대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중금리대출 비중을 올해 20.8%, 2022년 25%, 2023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8월에는 중신용플러스대출과 중신용비상금대출 등 신상품도 출시했다. 올해 6월부터 중금리대출 고객에게 첫달 이자도 지원하고 있다.
목표 달성이 시급한 만큼 이자지원 등 출혈을 감수하며 중금리대출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중금리대출 확대가 단기 목표가 아닌 만큼 앞으로는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에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사업 허가를 받으면 고객 동의 아래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금융데이터가 부족한 중금리대출 고객을 위한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에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신용평가모형으로 선별해 낼 수 없던 중금리대출 고객을 흡수하고 상환능력이 높은 고객 위주로 대출을 실행해 부실부담도 줄일 수 있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에 맞서 카카오뱅크의 플랫폼사업 성장성을 내세웠는데 이 부분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이 핵심역할을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증권계좌 개설, 연계대출, 제휴신용카드, 광고 등을 플랫폼사업으로 두고 있는데 앞으로 펀드, 보험, 자산관리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자산관리사업에서는 개인의 정보를 모아 맞춤형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사업 허가가 필수적이다.
다만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마이데이터사업 방향성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마이데이터사업 계획과 관련해 "고객 중심적으로 고객이 데이터를 바라보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