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마트가 기저귀 할인 판매를 시작한 2월 18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 기저귀 코너에서 고객들이 기저귀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
이마트와 쿠팡이 벌이고 있는 ‘최저가전쟁’이 한 달을 넘기면서 휴전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가 온라인에서 존재감을 확인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유통공룡'의 거센 공세에도 모바일 방문자 수가 오히려 증가한 쿠팡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가 ‘쿠팡 킬러’로 앞세운 온라인쇼핑몰 쓱(SSG)은 닐슨코리아 조사결과 최저가 전쟁이 시작된 2월 모바일 방문자 수가 66.3% 증가했다.
쓱 앱을 통한 방문자 수는 가격전쟁이 시작된 주(2월15~21일)에는 19만1402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마트가 18일 기저귀, 23일 분유로 2주 연속 ‘최저가’를 선언하며 가격전쟁의 중심에 서면서 3월 첫째주(2월29~3월5일)에는 방문자 수가 31만8383명으로 급증했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인 이마트몰은 가격전쟁 효과를 누렸다. 가격전쟁 시작 직전 주(2월8~14일)에는 59만6233명 방문에 그렸지만 3월 첫째주에는 68만8740만명으로 15%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쿠팡은 흔들리지 않았다.
당초 가격경쟁이 격화되면 모바일 고객 상당수가 이마트로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쿠팡은 평소 주간평균 400만~420만명의 모바일 방문자 수를 기록했는데 이마트의 공세가 한창이던 2월 넷째주에 이 숫자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470만7868명으로 증가했다. 3월 초에도 450만명 수준을 유지해 가격전쟁 이후 평균 10% 이상 방문자 수가 증가했다.
이마트의 저가공세에도 쿠팡의 고객들이 이마트로 갈아타지 않았다는 뜻이다.
쿠팡의 ‘저력’은 이마트도 인정했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팀장은 “배송경쟁력만 놓고 보면 전체의 60%를 당일 배송하는 이마트가 다음날 배송하는 쿠팡보다 뛰어난데도 여전히 쿠팡 충성도가 높더라”며 “고객들을 만족시키려면 ‘로켓배송’이나 ‘쿠팡맨’처럼 브랜드와 서비스에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이번 가격전쟁이 “많은 소비자들이 쿠팡을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계기였다”고 밝혔다.
이병희 쿠팡 리테일실장은 “온라인 쇼핑 초창기엔 소비자들이 싼 곳을 찾아 옮겨 다녔지만 요즘은 작은 가격 차이보다 각자가 중시하는 요소에 따라 충성도가 형성되고 있다”며 “쿠팡 고객들은 초창기부터 쿠팡을 통해 편리한 모바일 쇼핑을 경험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격전쟁이 전 유통채널로 확산될 경우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유통업계 공멸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부)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가격파괴는 결국 손해보고 파는 구조이기에 적자 누적으로 기업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마트와 쿠팡뿐만 아니라 너도나도 가격경쟁에 가세하면 동네슈퍼 등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부딪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이는 유통업계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도 “이마트가 최저가정책을 선포한 이후 다른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가고 있다”며 “이런 싸움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몰라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