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S22 출시시점을 올해 안으로 당겨 애플의 아이폰13과 맞붙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갤럭시S22가 기존의 플래그십 모델들처럼 내년 초에 출시될 것이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노태문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무선사업부장 사장은 갤럭시S22를 포함해 내년부터의 스마트폰 출시계획을 놓고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 노태문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 사장. |
24일 모바일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차기작인 갤럭시S22를 내년이 아닌 올해 연말에 출시할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최근 샘모바일 등 주요 IT매체들은 “삼성전자가 12월 중에 갤럭시S22의 출시를 발표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는 애플의 새 아이폰(아이폰13 시리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차기 플래그십(갤럭시S22) 모델의 조기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팁스터(내부정보 유출자)들의 제보도 갤럭시S22의 조기 출시(올해 안 출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명 팁스터 롤랜드 퀀트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갤럭시S22의 부품 생산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양산용 부품일지, 테스트 제품을 위한 부품일지는 알 수 없다는 단서가 달리기는 했으나 삼성전자가 갤럭시S22의 출시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올해를 제외한 과거 10여년 동안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2월 열리는 글로벌 모바일기기 박람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공개한 뒤 3월 출시해 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MWC가 열리지 않자 갤럭시S21을 1월에 출시했다.
노태문 사장은 갤럭시S22 출시를 내년 초가 아닌 올해 안으로 앞당길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15일 애플이 아이폰13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가격을 동결하는 강수를 두기는 했지만 눈에 띄는 혁신이 없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13 시리즈는 전작 아이폰12 시리즈와 비교해 성능이 다소 개선됐을 뿐 디자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기능적 개선점도 카메라의 영상촬영기능이 향상된 정도다.
반면 갤럭시S22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할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신작 ‘엑시노스2200’이 성능 면에서 대폭 개선됐다는 벤치마크(성능평가) 테스트 결과들이 보고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스유니버스 등 팁스터들이 유출한 정보에 따르면 갤럭시S22는 울트라 모델이 스타일러스펜 ‘S펜’의 수납까지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GSM아레나 등 매체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에 내놓지 않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수요층까지 갤럭시S22울트라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13 시리즈 공개에 앞서 8월 말 폴더블 스마트폰 신작 갤럭시Z폴드3과 갤럭시Z플립3을 내놨다. 두 제품 모두 글로벌 출시국에서 물량 부족 탓에 사전예약자 개통이 지연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의 흥행은 올해가 처음인 만큼 노 사장이 폴더블 폼팩터 수요층의 규모를 놓고 확신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
노 사장으로서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앞세워 아이폰13 시리즈와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것보다 갤럭시S22의 조기출시를 통해 아이폰13 시리즈와 경쟁하는 것이 더욱 승산 높은 싸움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1년 2분기 말 기준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의 17%를 점유한 2위에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순위는 바뀌지 않았으나 점유율은 5%포인트 낮아졌다.
이 기간 1위 애플은 점유율이 48%에서 57%로 높아졌다.
노 사장이 갤럭시S22의 출시를 앞당기는 것으로 아이폰13과 정면승부를 벌여 이길 수 있다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흔들리는 입지를 다시 다질 수 있다.
물론 노 사장이 갤럭시S22를 예년처럼 연초에 출시할 것이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갤럭시S22를 앞당겨 출시하는 것은 갤럭시S22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내년부터 계획된 모든 스마트폰의 출시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반도체 공급부족 탓에 스마트폰 출시계획을 온전히 자의적으로 수립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2021년 하반기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량 전망치를 기존 13억6천만 대에서 13억4500만 대로 낮춰 잡았다.
트렌트포스는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OSAT)의 핵심지역인 동남아시아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계속되면서 반도체 생산의 병목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이는 올해 하반기 이후에도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 IT매체 렛츠고디지털이 제시한 갤럭시S22 울트라의 예상 렌더링. <렛츠고디지털> |
노 사장은 갤럭시S22를 올해 말로 앞당겨 출시한다면 내년 스마트폰사업의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부담도 함께 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동남아시아의 코로나19 확산이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 생산기지인 베트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의 물량 부족에 직면한 것도 베트남 박닌성에 위치한 스마트폰공장이 코로나19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노 사장은 올해 ‘폴더블 대세화’를 스마트폰사업의 핵심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을 넉넉하게 생산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갤럭시S22까지 앞당겨 출시하는 것은 폴더블 대세화 전략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셈이다.
노 사장이 갤럭시S22의 출시시점을 어떻게 확정할지는 여부는 머지않아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출시 스마트폰의 양산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가 갤럭시S22를 올해 안에 출시하려면 늦어도 10월 말에는 양산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