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쿠팡 주가는 전날보다 1.45%(0.42달러) 하락한 28.45달러로 거래를 마감하면서 올해 3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최저가까지 떨어졌다.
쿠팡의 시가총액은 상장 초기 100조 원을 넘기도 했지만 현재는 50조 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처럼 쿠팡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올해 상반기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과 더불어 쿠팡 주요 투자자들의 대규모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서에서 따르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는 9월14일 쿠팡 주식 16억9천만 달러(약 1조 9886억 원)어치를 매각했다. 이는 쿠팡의 최대주주인 비전펀드가 보유한 쿠팡 주식의 9%에 해당한다.
쿠팡 2대주주인 그린옥스캐피탈도 약 2조 원을 매각하고 쿠팡의 주요 외국인 임원들도 잇달아 쿠팡 주식을 처분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쿠팡의 주요 대주주와 외국인 임원이 매각한 쿠팡 주식은 약 5조 원에 이른다.
다만 그린옥스캐피탈의 쿠팡 지분 매각은 지분을 시장에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 내 자금 분배에 따른 것이다. 또 쿠팡 임직원들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과 관련한 세금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보고됐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통 대주주가 본격적으로 지분을 줄이려 한다면 장외 대량매도를 활용하는데 이번 건은 지분 일부를 장내 매각한 만큼 일부 차익실현 정도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쿠팡이 향후 성장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며 대주주들이 대규모 차익실현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높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며 “미국 대비 작은 한국의 온라인시장 규모와 높은 침투율을 고려했을 때 쿠팡은 여전히 밸류에이션(적정 기업가치) 부담이 있다”고 평가했다.
쿠팡이 아마존, 알리바바 등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비교해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전체 시장규모(TAM)가 작다는 것이다.
쿠팡이 대상으로 하는 국내 소매시장은 약 400조 원 규모에 그치는데 이는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해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쿠팡은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달리 국내시장에서 경쟁업체들과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성장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이 올해 5월 쿠팡 국내법인의 모든 직위를 내려놓은 뒤 해외사업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의장이 해외사업에 집중하면서 쿠팡은 올해 하반기부터 일본과 대만, 동남아시아 등에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팡은 최근 일본에서 두 번째 물류보관스토어를 열었고 대만 타이베이에도 즉시배송을 위한 2호점을 열었다. 일본과 대만에서는 퀵커머스(즉시배송)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인데 이는 초기 투자비용을 줄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최근 싱가포르에도 법인을 설립하고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올해 안에 일본, 대만과 같이 싱가포르에서도 퀵커머스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의 해외진출 방식은 아마존의 방식과도 유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쿠팡은 일본 이커머스기업인 BEENOS그룹과 손을 잡았는데 이는 각 국가의 상황에 따라 현지기업과 제휴해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아마존은 2020년 인도에 진출할 때 인도 전역의 소규모 상점 약 10만 곳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지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팡은 대만에서는 ‘제로 플라스틱’정책을, 일본에서는 ‘생산자 직배송서비스’를 내세우며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투자전문매체 ‘더모틀리풀’의 브렛 셰이퍼 분석가는 “쿠팡의 빠른 배송모델은 서울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잘 작동하며 싱가포르, 대만, 일본은 이 모델을 복제하기에 완벽한 지역이다”며 “한국의 인구가 5천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업의 국제적 확장이 점차 가시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