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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카카오, 블록체인 가상화폐로 거대한 성장스토리 또 쓸까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1-09-16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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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가상화폐나 블록체인분야에서 시장을 이끌고 있는 국내 IT기업 가운데 하나다. 

카카오는 그라운드X라는 자회사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을 개발했다. 그리고 클레이튼 안에서 기축통화로 사용되는 가상화폐가 바로 클레이(혹은 클레이코인)다.

카카오가 블록체인 관련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미래의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는 블록체인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로 정확히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쉽사리 이해하기는 힘들다.

카카오는 블록체인이 아직 피부로 와닿지 않는 ‘미래기술’ 취급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구체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는 과연 클레이튼을, 클레이를 활용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 가상화폐는 카카오 금융사업의 기둥이 될 수 있을까

먼저 사람들의 관심이 더 뜨거운 가상화폐 관련 사업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 관련 사업이라하면 단연 ‘디파이’ 서비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디파이는 가상화폐를 활용한 금융서비스다. 디센트럴라이즈드 파이낸스(Decentralized Finance)의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단어인데 탈중앙화(Decentralized)는 가상화폐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다. 

가장 대표적 금융서비스인 예금, 대출, 보험 등을 가상화폐가 매개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이 가운데 현재 카카오와 가장 관련이 깊은 서비스는 바로 예금서비스다. 가상화폐를 예치하는 행동을 ‘스테이킹’이라고 부르니까 스테이킹서비스라고도 부를 수 있다.

클레이스왑, 클레이파이, 그리고 클레이모어 등등 카카오의 가상화폐 클레이를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스테이킹서비스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클레이스왑의 예치금은 무려 2조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카카오가 이 스테이킹서비스와 직접적 관련은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디파이사업에서 철저하게 판을 깔아주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더니 구글과 관계없는 여러 개발자들이 몰려와서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것과 비슷한 행보다.

미래의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는 블록체인을, 현재의 플랫폼사업자인 카카오가 미리 선점하겠다는 계획이 잘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카카오가 단순히 판을 깔아주는 역할에서 끝나지 않고 뭔가 이걸 이용해서 한걸음 더 나아갈 가능성은 없을까?

카카오가 사업계획을 정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확실하기 말하긴 어렵지만 카카오의 금융서비스와 디파이를 결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카카오의 대표적 금융자회사인 카카오뱅크의 인기 비결이 ‘쉬운 대출’이었다는 것을 살피면  클레이를 활용한 담보대출상품은 카카오뱅크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줄 수 있다. 

혹은 최근 보험서비스 출시를 준비하며 ‘디지털보험사’를 표방하고 있는 카카오페이가 보험금을 클레이로 납부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런 서비스들은 현실 금융경제 속으로 가상화폐가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규제의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지금 정부가 가상화폐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고민하고 있고 최근에는 거래소 규제이슈도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으니 가상화폐 관련 사업은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가상화폐의 가치 등락이 심한 상황에서 이를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1천 클레이를 담보로 잡고 대출을 진행했는데 빌려줬는데 클레이 가격이 갑자기 2천 원에서 500원으로 폭락하면 순식간에 담보가치가 50만 원으로 떨어지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파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는 것만 놓고 보더라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그리고 금융의 조합은 지금 이미 현재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가상화폐를 활용한 보험서비스, 대출서비스가 이미 외국에서는 한정적으로 제공되고 있기도 하다.

카카오가 블록체인에서 어떤 미래를 보고 있는지는 쉽사리 예단하기 어렵지만,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활용한 금융서비스가 카카오의 미래에 없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가상화폐가 카카오 금융사업의 한 기둥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블록체인의 가장 현실적 미래, 대체불가능 토큰(NFT)  

금융사업 디파이가 조금 미래지향적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이미 현실로 성큼 다가와있는 이야기를 해보겠다. 바로 대체불가능 토큰(NFT)이다.

대체불가능 토큰은 확실한 사업모델이 많지 않는 블록체인사업 분야 가운데 가장 현실적으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는 사업모델이다.

대체불가능 토큰은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이용해 소유권 개념이 불분명한 디지털재화를 개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디지털재화는 복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배타적 점유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복제불가능한 고유값을 부여할 수 있는 대체불가능 토큰을 활용하면 특정 파일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재화의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카카오는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대체불가능 토큰을 활용한 게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라운드X의 ‘크립토드래곤’은 드래곤(용)을 키우는 게임인데, 게임 내에서 키운 드래곤을 대체불가능 토큰의 형태로 카카오의 전자지갑인 ‘클립’으로 꺼내올 수 있다. 이렇게 꺼내온 드래곤은 친구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고, 매매도 가능하다.

대체불가능 토큰의 활용은 게임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카카오는 인기 영화배우 하정우씨가 그린 디지털아트를 카카오톡을 통해 경매에 부쳤다. 대체불가능 토큰의 존재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정우씨의 디지털아트 ‘더 스토리 오브 마티 팰리스호텔’은 4만7천 클레이(낙찰 당시 클레이 시세 기준 5710만 5천 원)에 낙찰됐다.

그라운드X는 7월29일 디지털 작가 미상(Misang)의 작품 999개를 대체불가능 토큰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약 1억989만 원어치의 그림이 30분 만에 팔려나갔다.

클레이튼 생태계 안에 들어와있는 사람에게는 이미 카카오톡은 그냥 메신저가 아니라 일종의 미술품 경매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대체불가능 토큰을 활용하는 방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실물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인증서’의 영역에까지 발을 내딛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이커머스 플랫폼, 쓱(SSG)닷컴은 최근 대체불가능 토큰을 활용해 명품 상품의 보증서를 발행했다. 이 보증서 역시 클레이튼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전부 카카오가 깔아놓은 판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최근 대체불가능 토큰의 가치가 고평가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의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레즈 말리스는 그와 친구들의 방귀소리를 모아 52분짜리 음성파일을 만들고 여기에 대체불가능 토큰을 적용한 뒤 경매에 올렸다. 이 파일은 무려 48만 원에 낙찰됐다. 

말리스는 이후 인터뷰에서 “대체불가능 토큰은 터무니없다”며 “본질이 아니라 실체가 없는 가상에 가치를 두는 것”이라고 대체불가능 토큰을 비판했다.

물론 이런 비판은 특정 대체불가능 토큰이 ‘열풍’을 타고 투기자산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지 대체불가능 토큰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불가능 토큰의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카카오 역시 여기에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 디지털화폐사업에서도 승기 잡은 카카오

마지막은 가상화폐가 ‘통화’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와 관련된 이야기다.

가상화폐의 기본은 ‘탈중앙화’다. 어떤 중앙권력도 의도적으로 가치를 변동시킬 수 없다는 것이 가상화폐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각 나라의 중앙은행이 탈중앙화가 아닌, 가상화폐의 ‘위조 불가능’, ‘보안성’이라는 특징에 주목해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화폐를 만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를 CBDC라고 부른다. 카카오는 여기에도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모의실험을 하고 있는데 카카오는 여기에 우선협상자로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 그라운드X가 참여한 그라운드X컨소시엄은 8월23일 네이버 컨소시엄, SKC&C 컨소시엄을 제치고 CBDC 연구의 마지막 3단계 모의실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원화를 궁극적으로 대체하게될지, 아니면 원화와 CBDC가 동시에 통화로 기능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이야기지만 디지털화폐가 통화로 자리잡는다면 지금의 은행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이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이 디지털화폐에 사용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새로운 통화의 은행으로 자리잡기가 훨씬 수월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디지털화폐가 세상에 나타났을 때 그 화폐의 개발에 카카오가 참여하고 있다면 카카오가 새로운 세상의 제 1금융권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는 셈이다. 지금 제도권 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화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카카오, 블록체인와 가상화폐에서 ‘사업가치’를 잡아낼까

지금까지 카카오가 블록체인, 가상화폐를 통해 펼치고있는 구체적인 일들, 그리고 좀 더 나아가서 카카오가 ‘판’을 깔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사실 여전히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불확실성은 굉장히 크다. 

규제 관련 불확실성도 매우 크고 자산가치의 변동성도 너무 크다. CBDC 역시 지금으로서는 중앙은행이 활용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는 단계에 불과하다.

기술로서의 블록체인을 보더라도 여전히 블록체인이 ‘문제는 없는데 해결책만 있는 기술’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블록체인이 정확히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블록체인이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문제가 어떤 것인지와 관련된 사회적 공감대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블록체인기술이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를 앞장서서 이끌어가고 있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과연 카카오가 바라보고 있는 블록체인, 가상화폐의 오아시스는 신기루일까, 아니면 정말로 카카오는 여기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내고, 나아가 블록체인이라는 미래 플랫폼을 카카오의 발 아래 두는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될까?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통해 메신저시장을 장악하면서 결국 거대 IT기업으로 성장한 그 성공스토리가, 블록체인에서 다시 쓰일 수 있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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