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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
토종 사모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대내외적인 경제위기 속에 기업들이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사모펀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도 사모펀드시장의 확대를 위해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모펀드 전성시대’란 말까지 나온다.
◆ 사모펀드 출범 11년 만에 출자약정액 58조
1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면서 사모펀드가 존재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기존 기업들의 부실과 사업구조 재편으로 매물로 나온 기업들을 사모펀드가 속속 인수하고 있다.
홈플러스, ING생명, 버거킹, 코웨이, 네파 등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기업들의 주인이 사모펀드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고액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장기로 조달한 펀드를 말한다. 주식, 부동산, 채권, 기업경영권 등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찾아다니며 높은 투자 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총 출자약정액은 지난해 말 기준 58조 원에 이른다.등록된 사모펀드 수는 316개나 된다.
외국계 자본에 대항한다는 취지로 2014년 12월 출범했을 당시 사모펀드 2개, 약정액 4천억원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사모펀드가 투자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고용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모펀드운용사협의회가 투자비 회수가 끝난 기업 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모펀드가 인수하던 시점에 기업가치는 평균 1070억 원이었으나 투자비 회수 시점에서 평균 2천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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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이재우 사모펀드운용사협의 회장은 “국내 사모펀드는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침체한 주식시장 환경에서 대체투자 수단을 제공하고 기존 금융기관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자금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도 사모펀드시장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1일 “시장 친화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부실기업 정상화를 위한 역할을 사모펀드가 해주길 바란다”며 “정부는 사모펀드와 관련한 규제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앞으로 진행될 대규모의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모펀드가 한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머지 않아 사모펀드가 1천개까지 급증해 기업 구조조정 시장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 국내 대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국내 1위의 사모펀드는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고 박태준 회장의 사위이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인 김병주 회장이 2005년 설립했다. 이 회사는 토종 사모펀드로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글로벌 사모펀드를 넘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23개 기업을 인수해 13개 기업을 매각했거나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총 자산규모는 100억 달러에 이르며 서울뿐 아니라 도쿄, 상하이, 홍콩 등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9월 홈플러스를 국내 M&A 역사상 최고가인 7조2천억원에 사들여 주목을 받았다.
국내 증권가에서 MBK 창업자인 김병주 회장과 윤종하 부회장, 김광일 대표 등 3명을 ‘M&A의 귀재들’이라고 부른다.
김 회장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케이블TV업체 씨앤앰(C&M)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이후 정수기 업계 1위 코웨이, 글로벌 생명보험사 ING생명 한국법인 등을 인수하며 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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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일 대표. |
김 회장은 유명세에 비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10살 때 홀로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을 것으로 짐작될 뿐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는 김 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끌지 못했던 인물이다. 김 대표는 홈플러스 인수의 ‘숨은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김 대표는 김앤장의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법연수원 졸업 당시 4등을 기록했지만 그는 변호사직을 선택했다. 판사들의 엄격한 서열문화가 싫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한창 대기업 M&A 변호사로 명성을 날리던 2005년 김 회장으로부터 사모펀드 운용사를 함께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당시 사모펀드의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해 지인들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김 대표는 “글로벌 최고 운용사를 만들겠다는 김 회장의 자신감과 포부에 이끌렸다”며 “한국 최고를 지향했다면 결코 직장을 옮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김 대표의 별명은 ‘진돗개’다. 한번 타깃으로 삼은 매물은 절대 놓지지 않는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다.
윤종하 부회장은 김 회장과 같은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것과 미국계 투자펀드인 칼라일그룹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것 외에 알려진 게 많지 않다. 윤 부회장은 칼라일그룹 한국지사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