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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티빙 홀로서기 성공할까, CJENM 콘텐츠 주도권을 원하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1-09-07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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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ENM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시장에서 독자적 길을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CJENM의 힘은 방송과 영화를 망라한 다양한 콘텐츠에서 나온다. 기존 동영상 플랫폼기업에 콘텐츠를 종속시키는 것은 이 힘을 쓰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CJENM은 ‘콘텐츠사업자가 직접 나선 유일한 동영상 플랫폼’이라는 티빙의 홀로서기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사업자와 손을 잡고 있다.

◆ CJENM은 콘텐츠 주도권 꽉 쥐고 싶다, 플랫폼 전쟁에 티빙 앞세운 이유

CJENM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시장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콘텐츠 제작사로서의 주도권을 지키려는 의지가 보인다.

CJENM이 동영상 플랫폼의 범람 속에서 독자 플랫폼 티빙을 키워나가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점이 이런 의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동영상 플랫폼들은 콘텐츠를 공급하는 제작사와 협상을 통해 일정 비율의 저작권료를 지불한다. CJENM가 막대한 콘텐츠를 동영상 플랫폼에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CJENM이 굳이 돈을 들여 티빙을 만든 것은 다른 동영상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의미다.

국내 동영상 플랫폼시장은 넷플릭스의 독주체제에 웨이브와 티빙이 뒤를 따르는 구도다.

웨이브는 SK텔레콤이 지상파3사와 합작해 세운 회사다. 5월 말 기준으로 SK텔레콤이 지분 36.4%을 보유한 최대주주며 나머지 지분 63.6%는 지상파3사가 나눠 들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웨이브를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고 있다. 모바일시장의 막대한 지배력에 동영상 플랫폼을 얹으면 빠르게 성장하는 동영상 플랫폼산업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자체 콘텐츠 제작능력을 키우는 시도도 하고 있다. 마치 미국의 거대 통신기업인 AT&T가 자회사인 워너미디어를 통해 종합 통신미디어그룹으로 성장한 방법을 따라가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CJENM은 콘텐츠 수익모델을 다각화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웨이브와 제휴’를 선택하지 않았다. 자칫 단순한 콘텐츠 하청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 플랫폼에 콘텐츠를 얹으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제휴를 선택하지 않은 근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CJENM이 최근 LG유플러스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은 동영상 플랫폼시장의 본질인 콘텐츠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의 양상을 보여준다.

CJENM은 LG유플러스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한 복수 셋톱박스서비스 연동정책을 문제로 삼았다.

LG유플러스는 한 집에서 셋톱박스 두 대 이상을 이용할 때 한 셋톱박스에서 결제한 유료 콘텐츠를 다른 셋톱박스에서도 추과 과금없이 동시에 볼 수 있게 했다. CJENM은 추가 셋톱박스에서 시청된 콘텐츠를 놓고 LG유플러스가 사용료를 정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JENM과 LG유플러스 소송의 본질은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어떻게 산정하느냐다.

CJENM은 “단순히 돈이 문제가 아니며 콘텐츠 저작권 인정을 받기 위한 소송임을 보여주기 위해 상징적으로 금액을 책정했다”고 직접 밝혔다. CJENM이 추산한 사용료 100억 원이지만 소송가액 5억 원으로 잡은 것이 그 근거다.

CJENM이 LG유플러스와 소송을 통해 각 통신사를 대상으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CJENM은 LG유플러스와 IPTV,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태블릿TV 등에 송출되는 콘텐츠의 대가 산정방식을 놓고 수개월 동안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6월엔 LG유플러스의 모바일TV 앱 ‘U+모바일tv’에서 CJENM의 실시간 방송 콘텐츠가 빠졌다.

◆ 넷플릭스도 쩔쩔매게 한 ‘프렌즈’, 콘텐츠가 지닌 막강한 힘

콘텐츠가 지닌 힘이 어떠하길래 CJENM은 콘텐츠 주도권을 지키는데 총력을 기울이려는 걸까?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공룡인 넷플릭스가 콘텐츠문제로 진땀을 뺏던 사례는 콘텐츠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2018년 12월, 일부 외신을 통해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와 미국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방영과 관련해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가입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프렌즈를 못 보면 넷플릭스에 남을 이유가 없다’는 트윗을 올리면서 넷플릭스에서 프렌즈가 퇴출되지 않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결국 넷플릭스는 가입자들이 빠져나갈 것을 우려해 업계 예상보다 30% 많은 1억 달러에 프렌즈 방영권을 재계약했다. 기존 콘텐츠 공급자의 존재가 얼마나 위협적인지 알려준다.

넷플릭스는 애초 프렌즈 방영을 2018년에 끝낼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연간 저작권료 6천만 달러가 굉장히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구독자들의 반감에 계약을 1년 더 유지하기로 했다.

프렌즈는 2018년 북미 기준으로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영상물 2위에 오르며 콘텐츠파워가 여전하다는 것을 입증한 작품이다.

넷플릭스는 디즈니에게도 콘텐츠 위기를 겪었다.

디즈니는 자체 동영상 플랫폼인 디즈니+ 출시를 앞두고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 

외신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와 같은 중요 콘텐츠가 빠진 것을 놓고 넷플릭스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워너미디어와 NBC유니버설은 넷플릭스가 자신들의 콘텐츠로 엄청난 이익 얻고 있는 것 안다”며 “넷플릭스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되찾기를 원하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넷플릭스가 경쟁력 잃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 배경에는 넷플릭스에 주요 콘텐츠기업의 콘텐츠 시청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2020년 1월 발간한 트렌드리포트에 인용한 한 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미국 구독자 가운데 넷플릭스오리지널이 아닌 다른 콘텐츠기업의 영상을 시청한 비율이 2017년 초 기준으로 7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만으로는 스트리밍업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CJENM의 DNA는 결국 콘텐츠, 연합전선 구축으로 콘텐츠 역량 더 키운다

CJENM도 한국에서만큼은 ‘콘텐츠 왕국’으로 불리는 디즈니에 못잖은 전문 콘텐츠기업이다. CJ그룹은 한국의 ‘문화공룡’으로 불리기도 한다.

CJ그룹은 디즈니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한국인들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소비자들에게 침투해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CJENM이 보유한 방송채널은 tvN, Mnet, OCN, 투니버스, 올리브 등 21개다.

종합편성채널을 제외한 주요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의 시청 점유율만 보면 CJENM은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18.9%를 보였다. 주요 MPP의 합계 시청 점유율이 45.9%라는 점 고려하면 CJENM이 3분의1 이상의 영향력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닐슨코리아 조사의 케이블 주간순위에서 가구시청률, 시청자수 모두 톱10 목록에 tvN 프로그램이 9개씩 포진돼있다는 점도 CJENM이 보유한 방송계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유퀴즈온더블럭, 대탈출, 악마판사 등 유명 프로그램 모두 tvN 작품이다.

CJENM은 비단 방송에서만 영향력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영화계에서도 CJENM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CJENM은 명량과 극한직업, 국제시장, 베테랑, 광해:왕이 된 남자, 해운대, 기생충 등 국내에서 1천만 관객 영화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을 받았을 정도로 흥행뿐 아니라 작품성 면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CJENM이 동영상 플랫폼 전쟁에서 자체 플랫폼을 출범한 것은 이러한 콘텐츠기업의 역량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뜻과 다름없다.

CJENM가 티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손을 잡고 있는 기업들의 면면을 봐도 콘텐츠와 관련이 깊다.

CJENM은 애초부터 동영상 플랫폼사업부문인 티빙을 물적분할하면서 JTBC의 지분투자를 받는 방식으로 손을 잡았다.

CJENM은 JTBC의 티빙 합류 소식을 알리며 “양사의 콘텐츠 경쟁력을 결합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동영상 플랫폼서비스로 성장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결국 콘텐츠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JTBC는 ‘부부의세계’나 ‘이태원클라쓰’ 등 드라마와 ‘아는형님’ ‘뭉쳐야시리즈’ 등 예능을 통해 종합편성채널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 제작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CJENM은 6월에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새로 발행한 주식을 네이버에 배정하는 방식으로도 네이버 투자를 유치했다. 네이버가 가진 웹툰과 웹소설 등 다양한 원작 지식재산(IP)를 활용해 티빙의 제작역량을 극대화하려는 포석으로 평가받는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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